미국발 관세전쟁에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강경 정책은 중국의 보복 관세, 상호관세 부과 결정 및 유예,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의 무효화 판결 등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는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정국으로 리더십 위기까지 겪으며 대미 외교 컨트롤타워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한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과 안충영 중앙대학교 석좌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매일경제신문이 마련한 별도 대담을 통해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과 새 정부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다음은 안 석좌교수가 묻고 쇼트 선임연구원이 답한 일문일답.
-안 석좌교수=미국발 관세 폭탄이 한국 경제성장률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쇼트 선임연구원=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우선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1조2000억달러다.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EU), 중국, 한국, 일본은 미국 무역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미국 무역적자 가운데 4분의 3이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관세 협상의 우선 대상국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발동한 모든 관세 행정명령을 무효라고 결정했는데 곧바로 상급 법원이 뒤집었다.
▶이 사안은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결론이 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는 관세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수입 상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통상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관세정책을 품목별로 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에 올랐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2028년까지 210억달러를 신규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곧 상호관세 25%를 한국에 부과했다. 한국으로서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이번 관세 대상 품목에는 자동차 부품도 포함됐다. 부품 관세가 올라가면 단가 인상 등의 여파로 미국 완성차의 부가가치가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목표는 투자 유치인데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수입하는데 관세 부담이 커지면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관세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게 돼도 의회가 관세완화법안을 발의하면 거부권을 행사해 관세정책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미 무역흑자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곧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백악관과 즉시 접촉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고 접근해야 한다. 한국이 쥘 수 있는 카드 중 핵심은 자동차, 조선업, 반도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투자 유치에 이미 한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많이 기여했다. 조선과 반도체는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이들 한국의 핵심 카드를 지렛대로 미국과 적극 협상한다면 한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중국을 겨냥해 경제안보를 대단히 중시하는 것 같다. 조선업의 경우 한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과 반도체는 미국의 안보와 직결된다. 통상과 안보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상할 때 경제안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국의 해군력을 증강하기 위해 군함을 건조하는 등 조선업을 안보와 묶어 미국과 협상하면 관세를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조선업의 대외협력을 위해 법도 바꾸었다. 실제 미국 해군은 군함 수리 등 유지·관리를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으로서는 굉장한 강점이다.
-한국의 적극적인 미래 통상전략이 중요한데 아직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유럽연합(EU)과 함께 CPTPP에 가입하면 CPTPP는 대단히 큰 힘을 갖추게 된다. 한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무역 질서를 자유체제로 유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