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7월 1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구글 AI 포 비즈니스(Google AI for Business) 2026’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한국 AI 시장의 열기를 평가했다. 이어 “과거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에 한국은 글로벌 테스트베드라고 많이 표현되곤 했다”면서도 “AI 전환기에 한국은 결코 테스트만을 위한 국가가 아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케이스가 글로벌 AI 혁신 사례가 된다”고 덧붙였다.

루스 선(Ruth Sun)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도 동의하며 “많은 한국 기업 리더들의 초점이 단순한 제조 우수성을 넘어 AI 기반 혁신과 실험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그 실험은 더 이상 사내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한 임팩트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짚었다.구글 AI 포 비즈니스는 구글의 연례 마케팅 행사 ‘구글 마케팅 라이브(Google Marketing Live, GML)’와 구글 클라우드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구글 클라우드 AI 라이브앤랩스(Google Cloud AI Live+Labs)’를 처음으로 통합해 오는 7월 16일까지 3일간 열리는 행사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구글 AI, 한국 파트너의 내일을 함께 그리다(How Google serves Korea partners with Google AI)’를 주제로 진행됐다. 윤구 사장과 루스 선 사장은 구글 AI가 광고주와 파트너의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최신 내용과 주요 적용 사례 등을 공유했다.
한국 기업 성장 돕는 목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구 사장과 루스 선 사장은 각자가 이끄는 조직이 한국 기업 안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명확히 구분해 설명했다. 루스 선 사장은 구글 클라우드의 역할을 자사 내부 운영에 쓰는 것과 동일한 AI 인프라를 파트너사에 제공해 아이디어를 성과로 전환하는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기업의 내부 인프라와 운영을 AI로 안전하게 혁신하도록 돕는 것이 클라우드 조직의 몫이라는 설명이다.윤구 사장은 “클라우드 팀이 한국 기업들이 AI를 통해서 내부 인프라와 운영을 안전하게 혁신하도록 돕는 역할이라면, 제 역할은 그 기업들이 시장으로 나아가서 소비자와 연결되고 AI를 전반적인 세일즈·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지만 목표는 한국 기업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코리아가 마케팅과 클라우드로 나뉘어 있던 연례 행사를 처음 구글 AI 포 비즈니스로 통합한 것도 의미가 크다. 윤구 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합해 진행한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나 CJ올리브영처럼 구글의 광고 플랫폼과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사가 늘면서, 과거에는 크지 않았던 두 조직 간 접점이 AI라는 공통 주제 아래 자연스럽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고객사들의 관심사 역시 클라우드나 마케팅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한자리에서 함께 소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AI, 즉 구글을 대표하는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다. 일반 소비자용 제미나이 앱과 기업용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의 차이는 무엇일까. 루스 선 사장에 따르면 두 제품 모두 동일한 제미나이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설계 목적이 다르다. 소비자용 앱이 개인의 일상 업무를 개인화된 방식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미 국내 수천 개 기업이 도입한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조직의 모든 직원이 안전하게 업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조직의 AI 프런트 도어’라는 설명이다. 특히 루스 선 사장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보안, 기존 업무 환경과의 통합, 자동화라는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CJ올리브영 도입 사례 소개
구체적인 국내 도입 사례로는 삼성전자와 CJ올리브영이 소개됐다.구글 클라우드는 기자간담회 전날인 7월 13일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협력 확대 소식을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 클라우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임직원 전체에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제공하며, 이는 구글 클라우드의 국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AI 도입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양사는 이중 구조의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우선 임직원들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앱을 분산된 사내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앙 집중형 게이트웨이로 활용해, 조직 내 지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색·종합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멀티스텝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한 발판이 될 예정이다.

특히 보안 측면에서는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가 삼성전자 DX부문 전용 구글 클라우드 테넌트(Tenant) 환경에 직접 배포, 민감 데이터가 외부 유출 없이 철저히 통제된 경계 안에서만 관리되도록 설계됐다. 루스 선 사장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이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앱을 사내 데이터에 접근하는 안전한 게이트웨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CJ올리브영은 ‘AI 퍼스트’ 문화를 지향하며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유통 운영 전반에 통합하고 있다고 소개됐다. 루스 선 사장은 “비기술 직군인 MD팀이 보안 거버넌스 요건 아래 자체적으로 시장 데이터 분석용 마케팅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다”며 “매장 직원들은 텍스트·이미지·음성 입력을 통해 재고를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시대의 보안 “설계 단계부터 내재”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AI가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이에 대해 루스 선 사장은 구글의 통합 AI 스택이 차별화 요소라고 답했다. 그는 컴퓨팅 인프라,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스택의 모든 계층에 보안이 설계 단계부터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초 인수한 보안 기업 위즈(Wiz)의 역량, 최근 서울 리전(Region)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구글 시큐리티 오퍼레이션스의 자동화 대응력, 맨디언트(Mandiant)의 위협 대응 전문성을 결합해 고객사의 위협을 예방·탐지·무력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 수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윤구 사장은 세일즈, 마케팅, 파이낸스 등 자신이 경험한 영역에서는 “한국이 상당히 앞서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직장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얼리어답터 성향과 호기심이 유독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무엇보다 해외 기업들의 설문에서 AI 도입이 일자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앞선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짚었다.
또 윤구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범용 AI 모델에 자사 데이터와 고유의 업무 노하우를 결합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핵심 역량을 만들어가는 사례를 다수 목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어가 혁신이 되는 체험 공간까지

행사장에는 ‘아이디어가 제미나이를 만나 혁신이 되는 곳’을 슬로건으로 내건 체험 전시 공간 ‘제미나이 플레이그라운드(Gemini Playground)’도 마련돼 참관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제미나이 포 프로덕티비티(Gemini for Productivity), 제미나이 포 크리에이티비티(Gemini for Creativity), 제미나이 아트워크(Gemini Artwork) 세 구역으로 나눠 구성됐다.

제미나이 포 프로덕티비티 구역에서는 헬스케어·리테일·금융 등 산업별 업무 생산성 향상 사례를 소개했다. KB국민은행은 음성 대화만으로 맞춤형 금융상품 상담이 가능한 대화형 AI 뱅킹 서비스를, 카카오헬스케어는 제미나이를 접목해 혈당·혈압 등 개인 건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초개인화 플랫폼 ‘파스타(PASTA)’를 각각 선보였다. 이 밖에도 로봇이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제미나이 로보틱스-ER(Gemini Robotics-ER) 1.6 프리뷰’를 활용한 로보틱스 메이커스페이스도 마련, 에이전틱 AI가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미나이 포 크리에이티비티 구역의 경우 AI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창작 과정에 제미나이를 접목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또 삼성이 후원한 안드로이드(Android) XR 체험존과 제미나이 젠미디어(GenMedia) 기반의 AI 포토부스·리뷰 메이커 등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국내 대표 아티스트와 협업한 미디어아트 전시인 제미나이 아트워크 구역도 돋보였다. 이 가운데 이이남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 속 장면을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영상으로 구현해볼 수 있는 제미나이 옴니(Gemini Omni) 체험을 하기 위한 관람객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와 설치미술가 고요손 역시 제미나이의 이미지·영상·음악 생성 모델과 협업해 완성한 작품을 전시,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보여줬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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