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어쩌면 해피엔딩’ 콤비
2010년 대구 지원으로 첫 호흡
안동시 투자 애니 ‘엄마까투리’
해외 9개국 수출돼 137억 벌어
진주 ‘실크유등’ 글로벌 전시도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6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이 작품의 수상 주역은 윌 에런슨(작곡)과 박천휴(작사·극작) 콤비다. 이들의 인연을 만들어준 곳은 바로 2010년 대구. 당시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 지원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들은 첫 호흡을 맞췄다. 작곡가 에런슨은 앞서 2008년 제2회 DIMF 창작 지원작 ‘마이 스케어리 걸’에서 작곡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2006년 사단법인 DIMF의 설립을 지원했고 DIMF 역시 20년간 다양한 국내 우수 창작 작품을 지원하면서 우수 작품과 인재를 발굴할 수 있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인정받아 DIMF는 동반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발굴하고 지원한 콘텐츠가 세계인이 즐기는 ‘K콘텐츠’로 성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정부의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 정책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 현지 마케팅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애니메이션 ‘엄마 까투리’도 지방정부가 지원해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엄마 까투리’는 안동 출신 권정생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경북도와 안동시가 투자해 2011년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이후 2014년부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돼 수출됐다. 이를 계기로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 애니메이션 축제에 초청됐고 해외 9개국, 26개 방송사 등에 수출돼 라이선싱 수익만 137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엄마 까투리’는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난 2월 EBS TV 시리즈로 시즌 6편이 제작돼 방영됐다. ‘엄마 까투리’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지역 기업들이 생산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 위상이 높아지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웹툰 제작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경북 영천시는 지역 출신으로 고려 말 무신이자 화포를 개발한 최무선 장군을 소재로 ‘화포의 전설’이라는 웹툰을 제작 지원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화포를 제작한 최무선의 생애를 집중 조명하고 그가 화포를 제작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다뤘다. 지난 1월 공개된 이 작품은 현재 5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전통 산업과 축제를 결합해 K콘텐츠로 육성한 사례도 나온다. 경남 진주시의 ‘실크유등’이 대표적이다. 실크유등은 우리나라 대표 축제인 ‘진주 남강유등축제’에 전시되는 형형색색의 유등이다. 지역 전통 양잠 산업과 유등축제를 결합해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다.
진주시는 전통적으로 양잠이 발달한 곳으로 실크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진주 실크유등은 한국의 독특한 전통 예술품이자 진주의 대표적인 명물로 손꼽힌다. 이에 실크유등은 현재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 북미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필리핀 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순회전시가 개최된다. 실크유등은 남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브라질 상파울루, 2024년 니테로이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실크유등 특별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독일 뮌헨 섬유전시회 참가를 통해 수출 상담 128만달러, 샘플 오더 70만달러를 성사시켰고 프랑스 리옹 빛축제와 연계한 벤치마킹, 현지 명품 브랜드와의 네트워킹도 이뤄졌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진주 남강유등축제가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은 “지역 독창성을 살린 콘텐츠를 모태로 민관이 지혜롭게 협력하고 다양한 전략을 짜면 지역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며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콘텐츠 지식재산(IP)을 찾아 적정 규모의 펀드로 확장하는 방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