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큰 곳으로 가고 싶죠”…빅5 병원에 쏠리는 환자들, 사회적 비용이 무려

지방 환자들이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각 권역의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한다면 낭비되지 않아도 될 비용이다. 금전적 부담뿐 아니라 먼 거리를 오가며 투병해야 하는 환자들의 정신적 고통 등을 감안하면 국립대병원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보건사회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지역 환자들이 서울을 오가느라 발생하는 비용은 매년 4조원 이상이다. 서울 체류비와 왕복 교통비, 간병비, 수도권·비수도권 병원 간 진료비 차이, 환자·보호자의 근로 손실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모두 더한 뒤 지역에서 서울로 간 환자 수를 곱한 값이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으나 그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적 근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복 교통비와 서울 숙박비만 더해도 지역 환자들의 부담은 약 4100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서울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종합병원 간의 진료비 차이를 더하면 1조7500억원으로 늘어난다. 외래 진료를 위해 소비되는 시간에 따른 생산성 손실까지 합산하면 전체 비용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외래 진료와 각종 검사 일정 등에 소요되는 기회비용을 얼마로 책정하느냐, 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환자들 가운데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산출되는 사회적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달 말께 연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별로 완결적 의료체계를 갖추려면 주요 거점인 국립대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선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전국의 국립대병원은 본원 10곳과 분원 7곳을 포함해 총 17곳이다. 지역의 한 국립대병원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연구활동(R&D) 등에 많은 투자를 받고 있지 않나”라며 “국립대병원이 교수 정원과 인건비 제한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지속 성장하려면 이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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