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패키징 인프라 삼성 천안캠 뿐…국가 차원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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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강국이다. 그러나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핵심 열쇠이자 향후 AI 반도체의 판도를 가르는 첨단 패키징(후공정) 산업에선 대만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 기업 수십 곳이 그물망처럼 촘촘히 맞물려 돌아가는 대만 생태계와 구조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고난도의 2.5D 첨단 패키징을 양산할 수 있는 인프라는 사실상 삼성전자 천안캠퍼스가 유일하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요구하는 고난도 패키징 수요를 천안공장이 사실상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TSMC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최근 테스트 중심이던 충남 아산 온양캠퍼스에 신규 팹 건설을 추진하며 첨단 패키징 단지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범용 제품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 사업장을 첨단 패키징으로 채우는 ‘이원화 전략’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축적된 대만 공급망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의 결정적인 차이로 생태계 밸류체인을 꼽는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TSMC를 정점으로 ASE, SPIL 등 글로벌 최상위 후공정 전문업체(OSAT) 수십 개가 유기적으로 얽힌 패키징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TSMC가 기술 표준을 제시하면 거대한 OSAT 군단이 일제히 양산에 들어가 초기 설계 단계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하나로 묶는 ‘락인 구조’를 형성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패키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내재화에 주로 의존해 왔다. 국내 후공정 생태계 저변이 넓지 않다 보니 대기업이 직접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에만 투자를 집중해 왔다”며 “후공정은 단순 조립이라는 인식 탓에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그사이 국내 후공정 기업은 대기업의 범용 제품 물량만 소화하는 하청 구조에 머물며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메모리 분야의 리더십을 AI 반도체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패키징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입을ㅇ 모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연계한 첨단 패키징 특화 단지를 지정하고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 주도의 정책 펀드를 조성해 대형 후공정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과제 자금을 첨단 패키징 부문에 집중 투입해 허리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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