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숨은 승자'…구리값 뛰자 주가 200% 폭등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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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숨은 승자'…구리값 뛰자 주가 200% 폭등한 회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로 구리·알루미늄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전선을 사서 쓰는 배전반·전기공사·조선기자재 업체는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전선 가격도 올라

31일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의 월평균 가격은 지난해 4월 t당 9192.13달러에서 지난 4월 1만2891.38달러로 1년 새 40.2% 올랐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 가격도 t당 2381.25달러에서 3600.63달러로 51.2% 급등했다.

3년 전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구리는 2023년 4월 t당 8814.00달러였다. 3년 새 46.3% 올랐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 가격은 53.8% 상승했다.

'AI 시대 숨은 승자'…구리값 뛰자 주가 200% 폭등한 회사

국내 전선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KOSIS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전선 및 케이블 지수는 지난해 4월 197.27에서 올해 4월 237.44로 20.4% 상승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전선·케이블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전선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일반적이다. 구리·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전선 판매단가도 함께 조정된다.

수요 측면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구리 가격을 밀어 올리는 핵심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45T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서버뿐 아니라 전력망, 변압기, 배전반, 전력케이블 등 대규모 전기 인프라가 필요하다.

가온전선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에 4조원 규모의 버스덕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대용량 전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전력 배선 시스템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전선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온전선, LS전선, 대한전선 등 주요 전선 관련 종목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100~200%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선업체 주가도 껑충

구리와 전선 가격 상승에 따라 전선업계 실적이 좋아졌다. LS전선의 지난해 매출은 7조5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 늘어난 2798억원을 기록했다. 대한전선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3조6360억원, 1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11.7% 증가했다. 가온전선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가온전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457억원, 792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7.4%, 영업이익은 75.9% 급증했다.

전선을 구매해 설비를 제조하는 배전반업체, 전기공사업체, 조선기자재업체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선값 상승분을 최종 발주처에 바로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중소 협력사는 고정단가 계약이나 납품단가 조정 지연으로 비용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확산하면 후방산업의 원가 압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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