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은 경험을 나누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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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혁신은 경험을 나누는 데서 시작된다

지멘스 디지털인더스트리소프트웨어(DISW) 한국지사장으로 일하면서 매년 국내에서 다양한 기술 행사를 준비한다. 지난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심센터 테크놀로지 콘퍼런스(STC)’에선 조선,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각 분야 엔지니어와 연구원,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사례와 경험을 공유했다. 기술 행사인 만큼 새로운 기술과 산업 적용 사례가 중점적으로 논의되지만 강연자의 발표를 듣고 이를 현업과 연결해보려는 참석자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발표자와 청중 간 질문과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쉬는 시간에도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나는 3년째 ‘디지털 혁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방법론을 소개하는 자리다. 거창한 투자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일상 업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혁신 방안이 제시되곤 한다. STC와 마찬가지로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항공, 국방 등 다양한 분야 임원이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런 과정에서 AI 기반 디지털 혁신의 해답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작은 실험과 시도만으로도 디지털 혁신 기반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고, 이런 경험이 조직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돌이켜보면 제조업의 변화는 이렇게 하나하나 축적되는 듯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 다양한 사람의 시행착오가 함께 쌓여야 한다. 최근에는 AI와 로보틱스, 가상 시뮬레이션 같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산업 간 경계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과거 조선, 자동차, 전자산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서로의 경험을 참고하고 배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산업과 직무가 서로 달라도 사람이 고민하는 방향은 의외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제품 개발 속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조직 안에서 새로운 방식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것인지 등과 같은 질문이 여러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대화를 들으면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현장에서의 고민은 사람과 조직, 그리고 협업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일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이론이나 정보 자체보다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해본 사람의 이야기에서 더 많은 힌트를 얻곤 한다. 때로는 완벽한 정답보다 누군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 효과적인 사례도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혼자서만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통해 더 깊이 배우고 성장한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기술은 계속 바뀌고 환경도 빠르게 변하겠지만, 배우려는 태도와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나누는 문화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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