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자치 30년〈3〉… 광역화로 경쟁력 키워야 소멸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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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228곳 중 130곳은 소멸 위험에 진입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들이다. 22년 전에는 단 4곳뿐이었는데 가파르게 증가했다. 부산 같은 광역시조차 소멸 위험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교육 의료 교통 등 공공인프라가 붕괴하고 공공서비스가 차질을 빚곤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면(面)의 인구가 3000명 이하로 줄어들면 병원이 사라지며 보건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 인구가 2000명 이하로 줄어들면 식당, 세탁소, 이·미용실 등이 폐업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줄면 세수도 줄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간 재정자립도 격차가 최대 9배까지 벌어졌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이런 인프라를 개선할 여력이 없다.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조차 누릴 수 없으니 지역에 남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이런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권으로 뭉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슷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도록 광역 단위로 인프라를 연결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충청 광역연합은 지난해 출범에 성공했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은 메가시티를 추진하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무산됐으나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번 정부는 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 등 5개 광역권과 제주 강원 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를 통해 광역별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5극 3특’을 약속했다. 광역 인프라를 공급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겠다는 것이다.

광역권으로 묶으면 중앙정부 보조금이나 인구 유치를 두고 인접 지자체끼리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제로섬 게임’을 피할 수 있다. 나아가 행정 체계 개편까지 이어진다면 행정 비효율도 해소할 수 있다. 지금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도 기존 행정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인구 대비 공무원 수만 늘고 있다.

다만 지역이 광역권으로 재편되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를 피하자면 행정 체계를 효율화하는 동시에 주민투표제, 주민발안제, 주민소환제 등 실질적인 ‘생활 정치’ 제도를 강화해 주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지역이 수도권 못지않은 대안이 될 때 소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경직된 행정 체계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뭉치는 지방자치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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