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배재고 논란에 “기성세대의 실패 고민해야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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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분열은 결국 혐오의 문제
충격적 사건이 또다른 충격으로 덮어져
머리를 모아 어떻게 방향 틀지 고민해야”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인터뷰하는 한강 작가.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인터뷰하는 한강 작가.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충격적인 사건이 또 다른 충격으로 덮어지고, 쓸려 내려가 버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함께 머리를 모으고 어떻게 방향을 틀지 고민해야 한다.”

한강 작가는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세계 곳곳에서 심화하는 혐오 문제를 거론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한 작가는 2024년 10월 노벨상 수상 후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며 차기작 집필에 몰두해 왔다. 한 작가는 올해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되고, 한강 작가 작품 낭독회가 진행되는 것을 계기로 약 2년 만에 한국 언론과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한 작가는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과 한국 사회 극단적 분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결국 혐오의 문제인데 어려운 문제”라고 운을 뗀 뒤 “혐오가 자연스러운 게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다뤘던 한 작가는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5·18 비하 논란에 대해서도 “교사인 친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더라.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왜 실패했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잘 포착해서 다 같이 머리를 모아 어떻게 방향을 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고 논란을 흐지부지 흘려보내지 말고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 교황청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 장면. 왼쪽부터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한 작가, 배우 이혜영.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 교황청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 장면. 왼쪽부터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한 작가, 배우 이혜영.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색한 이탈리아 연극 ‘사랑은 얼마나 끔찍한 공통인가’가 14일 카름 수도원 회랑에서 상영돼 500여 명의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5일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한국 배우 이혜영이 출연한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공연 말미에 한 작가가 직접 등장해 ‘작별하지 않는다’의 몇몇 구절을 읽었다. 세 사람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편에서 서로 안아주며 공연의 여운을 나누기도 했다.

한 작가는 낭독 공연에 대해 “내가 생각한 문장과 배우가 자기 몸을 통해 해석해 내보내는 음악적 요소가 다른데, 책으로만 읽은 분들이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해외 관객들의 호응에 대해 “제 소설을 읽거나, 이번 공연을 볼 때 기존 지식이나 자료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라며 “역사적 사건들은 무겁고 비극적이지만 제가 소설을 쓸 때는 매우 부드럽고 가볍게 독자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은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한강 작가가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열린 한국 도서전에서 자기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한강 작가가 15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열린 한국 도서전에서 자기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한 작가는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올해 공식 초청 언어로 한국어를 선정한 데 대해 “언어에 진실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진실을 감추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가 언어를 통해 어쨌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도 하고 고백도 하고 진실을 토로하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며 “언어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좋은 것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노벨상 수상 이후 외부 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것에 대해선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칩거했는데, 해마다 수상자가 나오면서 지금은 좀 관심도 많이 줄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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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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