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오징어 등 수산물 가격이 오르는 ‘피시플레이션’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상기후에 더해 환율·유가 상승까지 겹쳐 국산과 외국산 가릴 것 없이 가격이 뛰었다. 수산물 물가는 농산물, 가공식품보다 가파르게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국산 고등어(염장) 가격은 한 손당 평균 6199원이었다. 1년 전 동기보다 39.59%, 평년(과거 5년간 평균치) 대비 64.74% 비싸졌다. 냉장 고등어도 4863원으로 전년보다 38.27% 올랐다. 국산뿐만이 아니다. 외국산 고등어(염장) 가격은 한 손당 8731원으로 평년 대비 32.25% 상승했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고등어 한 마리 가격이 5000원에 육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고등어 가격이 뛴 근본 요인은 어획량 감소다. 국내산 고등어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수온은 7~25도인데, 이상기후로 연근해 수온이 오락가락하면서 어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어 연근해 어획량은 2023년 16만3200t에서 지난해 13만4800t으로 17.4% 급감했다. 국내에서 잡히는 고등어 크기도 줄고 있다. 한 대형마트 수산 바이어는 “국내에선 400~500g짜리가 가장 잘 팔리는데, 최근 기름값이 상승하자 배를 멀리 띄우지 않고 연근해에서 200~300g짜리만 조업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통상 대형 고등어는 노르웨이 등지에서 수입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마저도 가격이 올랐다. 마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마트는 연간 단위로 수산물을 계약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급등해 올해 수입 수산물 계약 단가가 10~20%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근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 어종 보호를 이유로 수출량을 줄인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노르웨이산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 고등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오징어, 참돔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날 기준 물오징어(냉동) 평균 소매가는 마리당 594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2%, 평년보다 10.36% 높았다. 1년 내내 가격이 일정한 편인 참돔도 오르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3㎏ 이상 국산 양식 대참돔 가격은 지난해 말까지 ㎏당 3만~3만5000원 선이었지만 올해는 3만5000~4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나마 한 달 전보다 가격이 내린 갈치도 마리당 1만839원으로, 여전히 평년 대비 비싼 수준이다.
수산물 가격 오름세는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산물의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소비자물가(2.1%)는 물론이고 가공식품(3.6%), 축산물(3.1%) 등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업계에선 피시플레이션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어획량 감소, 환율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선아/고윤상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