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갚겠다"지만…홈플러스, 매각대금 1200억 확보에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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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강서점 모습.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 강서점 모습.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 회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라는 회수 재원이 예정돼 있음에도 단기 운영자금 대출 집행에 난색을 보이면서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가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과 자금 운용 안정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초단기 대출을 요청했지만, 관련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메리츠에 요청한 대출은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매각대금이 유입되는 즉시 상환하겠다는 취지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 10일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67개뿐이다. 임직원 급여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월 급여는 절반만 지급했고 4월 급여는 미지급된 상태다. 오는 21일 예정된 5월 급여도 지급하지 못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에 매각해 현금 1200억원을 확보했지만, 대금 유입 시점은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6월 말이다. 문제는 이미 자금이 바닥난 홈플러스가 그때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본점 격인 강서점 매대에 상품이 하나씩 진열돼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 본점 격인 강서점 매대에 상품이 하나씩 진열돼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 측은 "임금체불과 상품 대금 미납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회생을 이어가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며 "나머지 67개 매장마저 영업이 막히면 더 이상 회생절차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메리츠에 대출을 요청한 배경에 대해서도 "메리츠가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메리츠는 대출을 시행하려면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의 연대보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브리지론을 제공할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추가 이행 보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홈플러스는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연대보증의 대안으로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가 단순히 담보 부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의 계속기업 가치 자체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라는 회수 재원이 특정돼 있음에도 연대보증 없이는 자금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단기 자금 투입만으로 정상 영업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실제 자금난은 이미 영업 현장으로 번진 상태다. 납품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다수 협력사의 상품 공급이 끊겼고 점포 매대 곳곳에는 빈 곳이 늘고 있다. 본점 격인 강서점에서도 일반 제조사 상품 대신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매대를 채우는 모습이 확인됐다. 일부 매대는 상품을 앞쪽에만 세우고 뒤쪽은 플라스틱 포장재 등으로 받쳐 매대가 가득 찬 것처럼 보이게 진열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본점 격인 강서점에서 매대 안쪽을 플라스틱 포장재로 채운 모습.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 본점 격인 강서점에서 매대 안쪽을 플라스틱 포장재로 채운 모습. 사진=오세성 기자

홈플러스가 요청한 자금도 회생을 위한 투자금이라기보다 당장 밀린 상품 대금을 막는 성격이 강하다. 홈플러스의 협력사 미지급 물품 대금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1000억원 안팎의 단기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6월 말 매각대금 유입 여부뿐 아니라 이후에도 홈플러스가 추가 지원 없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를 따질 수밖에 없다.

후순위 채권자 반발도 변수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투자자들은 메리츠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우선 회수하는 구조가 후순위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메리츠로서는 브리지론을 집행했다가 회수 가능성뿐 아니라 특혜·배임 논란까지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수 재원이 예정된 단기 자금조차 막힌 것은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구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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