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 월드컵 시청을 허용한 교사를 학교장이 문제 삼자 재학생이 성명문을 내며 사과를 촉구했다. 교육청 등은 해당 학교가 기말고사를 앞둔 만큼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조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예천의 한 고등학교 일부 교사는 수업 시간에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 시청을 허용했다.
학교장이 이를 문제 삼자 한 재학생은 지난 13일 성명문을 내고 "선생님들께서는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자 수업 시간을 할애해 경기를 보여주셨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값진 정서적 유대를 쌓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했다.
이어 "학교장은 이를 두고 '학교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선생님들을 강압적으로 호출했다"며 "심지어 경기를 틀어준 교사를 '색출'하라며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선생님들을 옥죄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위압적인 태도로 대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이 과연 학교장이 말하는 올바른 교육관이냐. 교사의 자율성과 권위를 무시하고 교육 현장을 경직되게 만든 이번 사태에 대해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문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측은 교내 분위기가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외부에서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말고사가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학습권에 이번 논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고 부연했다.
학교 측은 성명문을 발표한 학생이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자극적인 내용만 부각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육 과정과 연계되고 구성원 간 협의가 이뤄지면 월드컵 경기 시청 자체는 교육활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직접 올린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고 학교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 구체적인 학사 운영은 학교장 재량 사항으로 학교장 역시 학생들의 시험 준비와 학습권을 확보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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