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낼 사람만” 日 식민교육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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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국무위원 외손자 심정섭씨
일제 공립학교 ‘모집 요강’ 공개
신입생 나이-가족 재산도 조건
“日 우민화 정책 보여주는 자료”

향토 사학자 심정섭 씨가 12일 일제 강점기 공립 보통학교 모집 요강을 공개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향토 사학자 심정섭 씨가 12일 일제 강점기 공립 보통학교 모집 요강을 공개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일제가 1930년대 공립보통학교의 신입생을 수업료 납부가 확실한 사람들만 응모하도록 제한한 모집 요강이 공개됐다.

향토 사학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인 심정섭 씨(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83)는 12일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현재 초등학교인 공립보통학교 신입생 모집 요강을 공개했다. 모집 요강 크기는 가로 33.2cm, 세로 34.5cm다. 공립보통학교 신입생 모집 요강 실물이 공개된 것은 드문 사례다. 일제강점기 초등교육 입학 문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집 요강은 1933년 3월 충남 공주군 탄천공립보통학교에서 발행해 주민들에게 보낸 것이다. 신입생 모집인원은 약 35명이며 응모 자격은 1923년 4월에서 1928년 3월까지 출생한 아동이다.

모집 요강에는 신입생 모집 자격과 관련해 수업료 납부가 확실한 사람만 응모하라고 적혀 있다. 원서 제출 절차에서는 신입생의 나이와 이름이 반드시 호적부와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당시 호적이 없던 화전민이나 유랑민 자녀는 입학이 어려웠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입학 허가 6개 항목 중에는 신입생의 나이와 가족 재산을 고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교육 정책인 1차 조선교육령(1911년) 체제 아래 기존의 사립학교들을 흡수하거나 개편해 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됐다.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인 한국통사(한우근 저서·1970년)에 따르면 1916년 조선의 공립보통학교는 447개교, 고등보통학교 3개교, 공립간이실업학교 74개교, 전문학교 4개교에 불과했다. 공립보통학교 명칭은 1938년 심상소학교, 1941년 국민학교를 거쳐 1996년 현재의 초등학교가 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국인의 고등교육 기회를 제한하고 식민지 통치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 정책을 운영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945년 광복 때까지 이어졌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심 씨는 “일제는 조선의 대쪽 같은 선비정신을 간파하고 조선인의 사상적 발전이나 수준 높은 기술 습득 기회를 차단하는 우민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공립보통학교의 수업료는 매달 40∼60전으로 쌀 4∼5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모집 요강에는 수업료 납부가 확실한 사람만 응모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당시 일정한 재산을 갖춘 지주나 상공업자, 행정 관련 종사자 등의 자녀가 입학에 유리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가난한 소작농과 노동자 자녀들은 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 씨는 “우민화 정책을 보여주는 공립보통학교 신입생 모집 요강 실물이 첫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조선의 농민 90%가 소작농이어서 그 자녀들은 교육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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