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무리 짓고 수군댄다. 이번 주말에 뭐할까, 어디로 놀러 갈까. 콧잔등에 땀이 서린다. 나만 빼놓고 놀러 갈 궁리 중일까 봐. 내가 뭘 잘 못했을까. 너희들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대로 왕따가 되는 것인가. 어린 시절, 누구나 소외당할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격식 있는 말로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오늘날 신문 지면을 연일 장식하는 포모 현상. 소외를 향한 공포는 어린이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포모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이니까. 나 빼고 모든 사람이 주식으로 부를 일궜다는 생각 때문이다. 포모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FOMO란 용어의 등장
FOMO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6년 이스라엘 마케팅 전략가 댄 허먼 박사에 의해서였다. 새로운 소비 흐름을 놓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포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8년 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 패트릭 J.맥기니스는 교내 잡지에서 처음 ‘FOMO’란 용어를 재사용했다. 학교 친구들이 저녁 약속, 파티, 애프터 파티(뒤풀이) 등 하룻밤 사이에 스케줄(일정) 예닐곱개를 꾸역꾸역 참가하는 걸 지켜본 뒤였다. 일종의 강박처럼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맥기니스의 생각이었다. 초기에는 하버드 캠퍼스 내 엘리트의 사교적 불안을 지칭하는 매우 국소적인 용어였다.
그러나 FOMO는 어느덧 거대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소셜미디어가 전성기를 맞으면서였다.
소셜미디어는 24시간 타인의 삶을 중계한다. 스크린에 비치는 타인의 삶은 내 삶의 잣대가 된다. 그들이 사는 건 내가 사야만 하는 것이고, 그들이 하는 건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 됐다. ‘포모’는 세계인의 시기·질투·불안을 먹으면서 덩치를 키웠다. 세계 유력지에서 ‘FOMO’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이기 시작했다.
FOMO, 인류의 생존 방정식
용어가 등장한 건 갓 20년 지났을 뿐이지만, FOMO는 유구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이 땅에 등장하기 전부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DNA에 각인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구 위에서 FOMO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기·질투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포모는 생존과 연계된 문제였다.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와 같은 모습이었을 즈음, 그들은 유약했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황량한 기후와 맹수의 위협을 견뎌낼 수 없었다. 조상들은 약한 만큼 슬기로워서,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집단화’하는 것이었다. 무리를 지어 먹을거리를 구하고, 단체로 양육하는 것.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것. 어미의 젖을 먹고 자란 포유류에서 시작된 ‘집단화’는 영장류에서 만개했다.
실제로 포유류의 뇌에는 육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전대상피질(ACC)이 사회적인 배제를 당할 때도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왕따’가 ‘학대’만큼이나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집단에 순응하는 건 생존에 유리했으므로, ‘포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집단에서 배제된다는 건 그만큼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증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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