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주택 공급 대책과 재건축 특례법,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정 등은 추진 동력이 상실돼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이 조기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이후 주택 공급 정책과 기준금리 변동, 대출 규제 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올해 들어 신규 공급 물량이 적어 ‘분양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리스크 해소…하반기 거래 회복 기대
부동산 전문가들은 헌재의 판결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된 정치적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돼 수도권에서 시장 참여자의 관망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기 대선 후 하반기엔 매매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그간 시장에 드리웠던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시장 참여자의 관망 심리가 완화될 것”이라며 “조기 대선 후 하반기 매매시장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그간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민간이 사업 계획을 보류하거나 분양 시기를 늦추는 등 관망세가 강했다. 수요자 역시 대출 규제 등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매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책 변화가 예상되며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다주택자가 가치가 높은 한 채를 남겨놓고 처분하려고 하면서 급매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내 집 마련을 미뤄온 수요자도 움직이며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량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반기 공급이 적은 만큼 신규 분양 단지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오르는 데다 신규 공급이 적어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와 오는 7월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변동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출 규제는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출 규제 영향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인근 지역은 풍선효과에 따라 추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어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규제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기조 살펴야”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도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특례법)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단축할 수 있는 법안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야권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 공공분양 주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과 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 전환을 골자로 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도 논의가 멈춘 상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5%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 2법 개편 논의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부는 제도 폐지를 포함해 계약자 간 자율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임대차 2법 강화를 주장하는 야권 주도로 정책 방향이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의 논의가 모두 멈춰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주택 공급과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사업인 만큼 정부가 달라진다고 해서 정책 방향이 크게 수정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선 정부가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한 만큼 새로운 정부가 갑작스레 전면 재검토나 백지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공공 기능 강화나 개발이익 환수 등의 세부적인 사업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