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오토트레이더 [LON : AUTOA]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대혼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완화 조짐이 보이면서 치솟았던 중고차 가격이 다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신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부과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산 부품을 활용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해 2년간 부품 관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습니다. 반발하는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관세 정책으로 혼돈에 빠진 글로벌 신차 시장과 달리 세계 각국의 중고차 시장은 오히려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신무기로 장착한 중고차 업체들은 신차 시장의 불안을 역공의 기회로 삼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에는 엔카, 케이카, 헤이딜러, KB차차차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미국은 자동차 시장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카바나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영국은 오토트레이더(autotrader)라는 플랫폼이 인기입니다.
‘자동차 매매’라는 영어 보통명사인 오토트레이더라는 이름의 중고차 플랫폼은 미국과 캐나다에도 있습니다. 이 각국의 오토트레이더들은 아무 연관 없는 다른 회사들입니다.
영국 오토트레이더는 1977년 ‘테임즈 밸리 트레이더’라는 이름의 중고 거래 매거진으로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가전부터 집까지 매물 광고를 내는 잡지입니다. 한국의 ‘벼룩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1988년 오토트레이더로 이름을 변경하고, 1996년부터 온라인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7월 마지막 종이 잡지를 발행하고 완전히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했습니다.
오토트레이더는 모바일의 확산과 함께 영국 대표 자동차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진출했습니다.
오토트레이더는 중고차 매매뿐만 아니라 신차 판매, 자동차 대출까지 취급하는 종합 포털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매매 딜러는 1만4013명이 활동하고 있고, 자동차 매물은 44만9000여 대가 있습니다.
월평균 방문자 수는 8160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회사 측은 영국 자동차 매매사이트 이용 고객의 75%가 오토트레이더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합니다.
회사 측은 코드라이버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제품군을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플랫폼에서 검색 속도가 향상되었다고 전합니다. 딜러들이 광고의 질을 높이고, 차량을 광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했다는 것입니다.
오토트레이더는 지난달 29일 2025 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6억11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5%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8%, 기본 주당순이익(EPS)은 12% 증가했습니다. 오토트레이더 부문은 예상보다 1.4% 낮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오토트레이더의 발목을 잡은 것은 2026회계연도에 대한 전망치였습니다. 투자은행 제퍼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예상보다 3% 높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매출이나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실적 전망 발표 후 런던 증시에서 주가는 하루 만에 14% 폭락했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 차익 실현을 노리고 있던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진 것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주가 조정이 오히려 기회라고 전합니다. 경쟁사 시가총액의 10배에 달하고 영국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이 회사는 심각한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토트레이더의 주가는 지난 13일 8.14파운드에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고점이었던 9.20파운드 대비 1.04파운드 내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0.19파운드 올랐습니다.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로 9.24파운드를 제시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목표주가는 가장 높은 10.40파운드에 달합니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