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태양광·풍력부품 소비세’는 제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9월말 종료’
감세·불법이민 단속강화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국정과제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1일(현지시간) 약 27시간의 진통 끝에 미 상원을 통과했다.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표되기까지는 아직 하원의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다만 상원이 통과시킨 안에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존 25%에서 35%로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가 눈길을 끈다.
이날 미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에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를 근거로 한 세액공제(48D)를 25%에서 35%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ct)은 2022년말 이후 가동 시설, 2026년 말 이전 착공 시설을 대상으로 시설·장비 투자에 대한 25%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한 것이다. 이는 상원 공화당이 내놨던 초안에 담겼던 30%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지만,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지역의 공화·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유지 뿐 아니라 공제폭도 확대하게 된 셈이다.
이날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30D), 차량 대여(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 제공하는 세액공제(45W)는 오는 9월말 폐지된다. 둘 모두 2032년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폐지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태양광·풍력 에너지와 관련해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조항은 막판에 제외됐다. 당초 기업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중국산 기술·부품을 사용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상원 공화당 초안에 있었지만, 최종 표결 직전에 표를 확보하기 위한 설득과정에서 삭제된 것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는 2027년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에만 세액공제를 제공하도록 했다. 기존 법안에서는 이를 2028년 폐지하되 2027년까지 발전소 건설을 시작하면 세액공제를 일부라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각 주 정부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예산을 받으려면 AI 규제를 10년간 유예하도록 하는 ‘AI 모리토리엄’ 조항도 최종안에서 빠졌다.
OBBBA에는 세금감면과 불법이민자 단속·국방력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가 담겨있다. AP에 따르면 법안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행했던 감세조치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팁에 대한 면세,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 자동차 대출 이자비용 세액공제 등이 포함됐다.
주·지방세(SALT) 소득공제 한도는 5년간 4만달러 한도로 4배 늘린다. 이는 하원의 ‘10년간 4만달러’ 안에 비해 기간이 축소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경·국가안보 정책에 35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 예산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과 이민자 구금시설 건설에 쓰인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박건조·무기 체계 개선과 함꼐 ‘골든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또 부채 한도를 5조달러 증액해 이미 발생한 부채 상환을 위해 추가 차입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하원을 통과한 안은 부채한도 증액규모를 4조달러로 설정했던 바 있다.
세금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신규 지출을 상쇄하기 위해 공화당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대상 식품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1조2000억달러 가량 삭감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미 상원은 이날 낮 12시경 진행된 최종 표결에서 찬성·반대가 50대 50 동수가 되자 JD 밴스 부통령이 ‘타이 브레이커’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이 전날 오전 9시께 ‘보트-어-라마’(vote-a-rama)에 돌입했음을 감안하면 약 27시간 동안의 장기간 토론과 표결 끝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보트-어-라마’는 본격적인 법안 표결에 앞서 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출하고 표결에 부치는 절차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오는 4일까지 법안의 최종 통과를 주문했던 바 있다. OBBBA가 상원 통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시점을 달성하기 위한 열쇠는 미 하원이 쥐게 됐다. 미 하원은 OBBB를 지난 5월 통과시켰지만, 상원 논의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된 만큼 상원 수정안을 두고 하원에서 재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원은 2일 이 법안에 대한 토론·표결 일정을 잡은 상태다.
상원의 법안 통과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낙선시키겠다면서 OBBBA가 통과되면 다음날 “‘아메리카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머스크를 출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추방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추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협박을 들은 머스크는 1일 오전 X에 “확전의 유혹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자제하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