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릿우드가 캡틴 아메리카를 이기기 어려웠다…트레블러스 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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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건 브래들리(미국)가 22일(현지 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이랜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가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브래들리는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하며 통산 8승째를 올렸다. 크롬웰(미국) ㅣ AP 뉴시스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22일(현지 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이랜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가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브래들리는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하며 통산 8승째를 올렸다. 크롬웰(미국) ㅣ AP 뉴시스

미국으로부터 응원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골프 선수로서 미국 골프 팬으로부터 응원을 받는 것은 멋진 일이다. 미국 라이더컵 캡틴인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라이더컵 승선이 유력한 러셀 헨리(미국)를 상대하면서 응원받을 수 있는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두 선수뿐일지도 모른다.

토미 플릿우드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이랜즈(파70)에서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관중의 응원 속에서 키건 브래들리와 러셀 헨리를 상대로 싸웠고, 우승은 브래들리에게 돌아갔다.
플릿우드가 158번의 대회에서 톱10을 41번이나 차지하고도 우승하지 못한 것은 놀랍다. PGA투어 역사에서 1983년 이후로 41번이나 톱10에 들면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는 토미 플릿우드 밖에 없다.

159번째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 라운드가 어려울 것이란 징조는 3라운드 18번 홀에서부터 나타났다. 18번 그린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마스터스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마지막 홀로 향하는 모습 같았다. 이 대회는 마스터스가 아니고, 4라운드가 아니고 3라운드 마지막 홀이었으며, 한 타 차의 선두도 아니고 3타 차로 여유가 있었지만, 그는 상기되어 있었다.

골프는 한 타 차이로 수백만 달러의 상금이 결정되지만, 3타 차이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하는 것이 대단한 이점은 아니다. 골프에서 한 홀에 두 타를 따라잡는 투샷 스윙(two shots swing)이 자주 일어난다. 한 선수가 보기를 하고, 다른 한 선수가 버디를 하면 게임은 박빙이 된다.

투샷 스윙은 1번 홀에서 바로 나타났다. 플릿우드가 보기를 했고, 헨리가 버디를 했다. 플릿우드의 멘탈은 바로 흔들렸다. 첫 4개 홀을 거치면서 보기를 3개나 범했고, 페어웨이를 3번이나 지키지 못했다. 앞선 3개 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1번밖에 보기를 기록하지 않았고, 3라운드에서는 14번 중에 14번 모두 페어웨이를 지켰던 그였다. 5번 홀부터 평상심을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긴장감은 그의 나쁜 버릇을 등장시켰다. 퍼팅을 짧게 친다든지, 지나치게 펀치샷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나왔다.

게임 후반부로 가면서 챔피언 조에 관중에 많이 몰렸고, 미국 선수에 대한 응원은 플릿우드에 대한 응원을 압도해 나갔다. 상대 선수가 라이더컵 미국팀 캡틴인 브래들리였기에 더욱 그랬다.

아놀드 파머 이후 처음으로 플레잉 캡틴이 되고 싶은 브래들리의 각오는 대단해 보였다. 라이더에서 유럽에 승리를 바치는 패배를 당한 아픈 기억을 그는 가지고 있다. 반면에 플릿우드는 지난 대회에서 유럽팀의 승리를 확정하는 승리를 거두고 포효하기도 했다. 그런 것이 모두 키건 브래들리 각오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16번 홀에서 플릿우드가 보기를 범하며 차이는 한 타로 좁혀졌다. 17번 홀은 오른쪽에 호수가 있어 티샷이 어려웠다. 플릿우드는 우드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우드를 잡고도 티샷을 벙커로 보냈다. 어렵게 파를 지키고, 마지막 홀을 한 타 앞선 채로 맞이했다.

토미 플릿우드(왼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이랜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키건 브래들리가 우승을 위한 퍼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플릿우드는 17번 홀까지 브래들리에 한 타 앞선 선두였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역전패했다. 플릿우드는 13.1m 거리에서 스리 퍼트를 하며 흔들렸고, 세컨드 샷을 홀컵 1.7m 앞에 붙인 브래들리는  침착한 퍼트로 버디를 낚아 순위를 뒤집었다. 크롬웰(미국) ㅣ AP 뉴시스

토미 플릿우드(왼쪽)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이랜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키건 브래들리가 우승을 위한 퍼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플릿우드는 17번 홀까지 브래들리에 한 타 앞선 선두였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역전패했다. 플릿우드는 13.1m 거리에서 스리 퍼트를 하며 흔들렸고, 세컨드 샷을 홀컵 1.7m 앞에 붙인 브래들리는 침착한 퍼트로 버디를 낚아 순위를 뒤집었다. 크롬웰(미국) ㅣ AP 뉴시스

18번 홀 세컨샷에서 플릿우드는 이상한 판단을 했다. 140야드가 남긴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마지막에 클럽을 바꿨다. 벙커를 직접 보고 핀을 공략하는 것보다는 왼쪽으로 조금 짧게 가는 안전함을 선택했다. 그의 샷은 조금 짧아 그린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걸 본 브래들리는 135야드를 벙커를 넘겨 핀에 붙였다. 그린 밖에서 친 플릿우드의 퍼팅은 짧아서 브래들리의 버디 퍼팅보다 조금 멀었지만,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보는 관중도 플레이하는 선수도 투샷 스윙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플릿우드는 파 퍼팅을 놓쳤고, 브래들리는 버디 퍼팅에 성공하며 우승은 브래들리에게 돌아갔다. 18번 홀 관중석에서 USA의 함성이 크게 울렸다. 골프에서 미국을 이기기는 힘들다. 미국 땅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상대한다면 더욱 어렵다.

159번째 도전 만에 찾아온 기회의 상대가 캡틴 아메리카였다는 것은 플릿우드에게 불운이었다. 대신에 그에게는 큰 스토리가 쌓였고, 그 스토리는 골프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 것이다. 플릿우드를 응원한 팬의 가슴은 무너졌고, 그것을 다시 세워야 할 짐은 플릿우드의 어깨 위에 무겁게 올려졌다.

좌절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이 골프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브래들리가 보여줬다. 골프는 때로는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멋진 게임이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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