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는 티샷 날리고 발차기, 니클라우스는 두 팔 번쩍 [마스터스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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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명예 시타로 제89회 마스터스 개막
오전 7시부터 1번홀 주변 갤러리로 가득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왓슨 차례로 티샷
골프영웅 등장에 전원 기립박수
차분한 분위기 속 영웅등의 한마디에 박장대소

  • 등록 2025-04-10 오후 10:46:40

    수정 2025-04-10 오후 10:46:40

마스터스 명예 시타자로 나선 잭 니클라우스가 티샷한 공이 똑바로 날아가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아침이슬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초록의 잔디를 적신 10일(현지시간) 오전 6시 55분 1번홀(파4) 티잉 그라운드 주변으로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이어 잠시 뒤에 티잉 그라운드의 접근을 막고 있던 진행요원의 입장 신호와 함께 대기선 밖에서 기다리던 갤러리가 몰렸다. 미리 준비한 초록색 의자를 펴서 자리 잡은 갤러리는 자리에 앉아서 마스터스 개막 이벤트 ‘명예 시타’를 보기 위해 준비했다.

그보다 일찍 티잉 그라운드에는 진행요원이 준비를 서둘렀다. 티박스 뒤쪽의 흰색 테이블 위에는 볼 마커와 골프티, 연필 등을 담은 상자등이 정돈돼 있고, 아래엔 의자에 맺힌 이슬을 닦기 위한 수건도 보였다. 하나둘 준비를 끝낼 때마다 분위기는 점점 엄숙해졌다.

오전 7시 16분이 되자 티잉 그라운드에 설치된 안내판에 개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와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톰 왓슨(이상 미국)의 이름이 붙였다. 옆에는 숫자로 ‘89, 85, 75’가 함께 붙었다. 차례로 명예 시타에 나서는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왓슨의 나이다.

오전 7시 20분쯤 되자 1번흘 티잉 그라운드 주변으로는 발 디딜 틈이 안 보였다. 티박스 앞쪽으로는 100m 이상 길게 줄이 늘어섰고, 뒤에도 수십 겹의 인파로 둘러싸였다.

4분 정도 지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골프의 영웅’들이 클럽하우스를 나와 1번홀로 향했다. 곧이어 주변에 앉아 있던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로 영웅의 등장을 환영하며 경의를 표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홀에 올라 개막 이벤트인 명예 시타에 나서는 골프영웅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명예 시타자를 소개했다. 가장 먼저 마스터스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한 ‘작은 거인’ 개리 플레이어가 검은색 옷을 입고 등장했다. 드라이버를 잡고 힘껏 티샷한 공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120~130m쯤 날아가 떨어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쪽 다리를 들어 걷어차는 포즈를 선보여 갤러리의 웃을 자아냈다.

이어 메이저 대회 통산 18승에 마스터스 통산 6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한 ‘리빙 레전드’ 니클라우스가 티박스 앞에 섰다. 85세로 거동이 불편한 니클라우스는 티를 꽂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몇 초 동안 티를 꽂고 공을 올려놓고 나서야 “한 번에 했다”고 말하자 갤러리가 환호하며 웃었다. 니클라우스가 친 공은 플레이어가 친 공과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꽤 멀리 날아가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개리 플레이어가 마스터스 개막 행사인 명예 시타를 마친 뒤 트레이드 마크인 발차기를 하고 있다. (사진=MASTERS)

마지막으로 마스터스 2회 우승자인 ‘필드의 신사’ 왓슨이 등장했다. 올해 75세로 명예 시타자 중에선 가장 젊다. 왓슨은 2017년까지 마스터스에 참가했다. 예상한 대로 셋 중 가장 멀리 쳤다. 티샷한 공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공이 떨어지자마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진행요원이 달려가 공을 주웠다.

골프 영웅들의 시타가 끝나자 리들리 회장은 “이제부터 제89회 마스터스의 개막을 시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팬들은 함성으로 마스터스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 이벤트를 모두 마친 시각은 오전 7시 32분으로 딱 7분 동안 진행됐다.

마스터스의 전통 중 하나인 명예 시타(Honorary Starters)는 1963년 시작됐다. 일반적으로는 1라운드 첫 조의 티샷 20분 전에 1번홀에서 진행한다. 이날은 7시 40분 1조 출발 15분 전에 시작했다. 올해 95명으로 지난해보다 6명 출전 선수가 늘어나 경기 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작년보다 첫 조 출발 시간을 20분 앞당겨 명예 시타 행사도 5분 빨리 시작했다.

최초 명예 시타자는 조크 허치슨과 프레드 매클라우드였다. 이후 바이런 넬슨, 진 사라젠, 켄 벤투리, 샘 스니드, 아널드 파머 등 골프의 전설들이 시타자로 나섰다. 지금은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왓슨이 맡고 있다.

마스터스 명예 시타자로 나선 개리 플레이어와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왼쪽부터)이 시타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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