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단체들이 스스로 규제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규제 과정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합니다.”
2일 헌법재판연구원 제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전문직 광고 규제와 헌법의 시장질서’ 학술행사에서 김태오 헌재연구원 전문연구관은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역의 광고 규제 현황을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규제법학회·헌재연구원·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정호경 한국규제법학회 회장을 비롯해 지성수 헌재연구원 원장등 학계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역의 디지털 플랫폼 광고 규제 도입에 따른 제도적·입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변호사협회가 주도하는 현행 광고 규제 체계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 연구관은 “직역 단체가 규제를 담당하려면 사회적 합의나 공적 권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 제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존재하는데, 광고 규제를 통해 그런 정보 제공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변호사 광고 규제 방식이 소비자 관점에서의 편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 규제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방식에 관한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김태오 국립창원대 교수는 “자치법규 형식으로 규정된 광고 규제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광고심사위원회가 전원 변호사로 구성돼 있는 것은 공정성과 대표성, 다양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를 대한변호사협회가 스스로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23조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광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제·개정이 가능하고 법무부장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규정’을 통해 구체적인 금지 내용을 정했다.
자율 규제 방식이 지나치게 협회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제정을 위해서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가 필요한 광고규칙을 도입해 사후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일부 수정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광고 규제의 기본 원칙을 보다 상위 규범 체계에서 정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리걸테크 분야까지 변호사 광고 규제의 적용 대상이 확대된 만큼, 법률 제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통령령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재 ‘광고규칙-광고규정’ 체계로 운영되는 법 형식을 ‘대통령령-광고규칙’ 구조로 격상시켜, 법무부의 공식 보고 및 사후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이어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전문직 광고 규제가 직역의 자율성에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의 규제 재편 방향에 대해 논의됐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직역인 법조계와 의료계까지 디지털 전환이나 기술적 변화를 통해 재구성되는 상황인 것 같다”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점을 취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 요소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법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