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내가 현정화 그러면 무조건 현정화야 내 말에 토다는 XX는 전부 배신! 배반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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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프로리그 출범을 이끌고 있는 ‘탁구여왕’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 사진=이석무 기자 |
1997년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넘버3’에 나오는 송강호의 유명한 대사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건달두목조차 이름을 알 정도로 현정화(55) 대한탁구협회 수석 부회장은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영웅이다.
현 부회장은 현역 시절 ‘탁구여왕’으로 불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 1991년 치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금메달 등 한국 탁구 역사 속에 그의 이름은 늘 빠지지 않는다.
최근 신유빈이 올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32년 만에 메달 두 개를 수확했을 때도 현 부회장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신유빈 이전에 세계선수권대회 멀티 메달을 이룬 선수가 바로 현 부회장이었다.
현 부회장은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도 한국 탁구를 위해 인생을 바쳤다. 한국마사회 감독으로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동시에 행정가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2월 대한탁구협회 수석 부회장에 임명된 동시에 한국 탁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프로탁구리그’의 총괄위원장직까지 맡았다.
프로탁구리그 1회 대회는 지난 6일 개막해 15일 막을 내렸다. 프로탁구리그는 대한탁구협회가 탁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높이고 스포츠 산업 관점에서 새로운 마케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결승전이 열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현 부회장은 “과거에도 프로화 시도가 있었지만 그 때는 단체전으로 진행되다보니 흥미가 떨어졌다”며 “이번엔 철저히 개인 중심으로 리그를 꾸려보기로 했다. 선수들의 자긍심과 의욕을 높이는데 크게 신경썼다”고 밝혔다.
현 부회장이 프로리그를 출범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재미’다. 프로는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썰렁한 체육관에서 그냥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명, 음악, 공연 등 탁구 외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요소를 접목했다. 심지어 결승전이 열렸던 장소는 체육관이 아닌 방송 스튜디오였다.
현 부회장은 “탁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많지만, 탁구를 보러 오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직접 보는 재미가 안 느껴지기 때문”이라면서 “프로탁구를 준비하면서 당구나 골프를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탁구의 강점은 승패가 한 포인트로 왔다갔다하는 생동감”이라며 “탁구의 강점을 어떻게 보여줄 지 많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현 부회장이 프로화에 열정을 쏟는 원동력은 후배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탁구 후배들이 더 열심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올해는 세 차례 대회를 개최하지만 내년에는 스폰서를 더 늘려 최소 6~8번으로 숫자를 늘린다는 생각이다.
현정화 부회장은 “첫 대회를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90점을 주고 싶다”며 “선수들이 프로리그를 통해 재밌고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수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