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수지구 동천동에 ‘한빛래미안 이스트팰리스’ 1~4단지가 있다. 신분당선 동천역과 멀고, 조용한 산기슭에 있는 아파트다. 2010년 5월 준공해 올해 15년째를 맞았다.
역세권 신축 단지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곳이지만, 지난 2월 이 아파트 2단지 전용면적 273㎡가 최고가인 35억원(28층)에 거래돼 눈길을 끌었다. 이전 최고가인 2021년 27억3000만원(29층)보다 7억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래미안 브랜드 10주년 기념해 '심혈'
사실 이스트팰리스는 조금 특별한 아파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래미안 브랜드 10주년을 기념해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공사 현장을 직접 시찰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은 곳으로 유명하다.
1단지(460가구), 2단지(428가구), 3단지(885가구), 4단지(620가구)를 합해 총 2393가구에 달한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품고 있다. 고등학교도 멀지 않다.
외관, 단지 구성, 가구 평면이 독특한 편이다. 2006년 홍익대 건축대학 초대 학장을 지내기도 했던 프랑스 건축가인 장 미셸 빌모트가 외관과 내부 공간 설계에 참여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내부 설계, 파리 샹젤리제 거리 풍경 디자인을 맡았던 세계적인 건축가다. 국내에선 인천국제공항 실내 공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등이 그의 작품이다.
아파트 저층부 외벽이 은은한 황톳빛을 띠는데, 테라코타(구운 흙)를 마감재로 썼기 때문이다. 천연 점토를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장시간 구운 재료다.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볼 수 없는 색감으로 품격을 높였다.
‘유럽형’이라는 평면도 제공한다. 집이 삼각형 모양이다. 입구를 제외하곤 전체가 창으로 되어 있어 어느 위치에서든 시원하게 밖을 내다볼 수 있다. 모든 동은 호텔식 로비를 갖고 있다.
복층 펜트하우스도 있다. 테라스가 달렸다. 별도의 시공을 통해 옥상을 나만의 정원으로 바꿔 쓸 수도 있다. 4단지엔 ‘힐하우스’라는 타운하우스 타입이 있다. 골조만 지은 뒤 입주자가 실내 구조나 인테리어는 알아서 채우는 ‘누드 분양’으로 팔렸다. 집집이 구조와 테라스 여부 등이 모두 다른 고급 주거 공간이다.
강남 접근성 좋고 ... 단지마다 골프장까지
단지마다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연회장, 게스트 하우스, 실내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4단지에는 모든 단지 입주민이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스파가 있다. 남녀 공용이며,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입주민이나 동네를 둘러본 예비 수요자나 대부분 “살기에는 너무 좋다”고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다른 경기 지역 단지처럼 2021~2022년 최고가를 찍은 후 급락하는 부침을 겪었다. 거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2월 4단지 전용 129㎡가 12억3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2022년 최고가(14억5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낮다. 지난 3월엔 1단지 117㎡가 11억원(13층)에 손바뀜했다. 2024년 최고가(13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단지 내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용하고 주차장 넓고 자연과 가까워 돈 있는 사람들이 주로 실거주 목적으로 많이 살고 있다”며 “지하철역과는 멀지만 경부고속도로나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통해 차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동천역이 생기면서 대중교통도 2010년 입주 때보다는 나아진 상태다. 역까지는 마을버스가 다니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전용 84㎡부터 273㎡까지 면적대가 다양하고 용인 수지에선 고급 단지로 손꼽히는 곳”이라며 “서울 강남이나 서초에서도 이사를 많이 온다”고 말했다. 분당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이스트팰리스에 전세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보단 실거주 목적에 좋은 단지지만, 입지는 나쁘지 않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가깝고, 서울 강남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남쪽으로는 용인 플랫폼 시티가 조성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편한 대중교통이 흠이지만 대신 산속 리조트 같은 조용한 환경을 가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