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당 “에어컨 없는 공공시설 파행…정부 잘못”
폭염을 겪고 있는 유럽 각국에서 에어컨 설치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급부상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윌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의 정치권에서는 에어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유럽을 강타한 폭염탓에 대규모 휴교 사태가 발생한 프랑스에선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에어컨 문제를 들고 정부 공격에 나섰다. 에어컨 부족으로 학교와 병원 등 공공 서비스가 파행을 겪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2027년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마린 르펜 의원이 소속된 RN은 학교와 병원 등에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대규모로 에어컨을 설치하면 기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거리 온도를 올려 폭염을 악화시킬 수있다”며 에어컨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이 노동당 소속인 런던 시장에게 에어컨 설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철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런던은 신축 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먼저 환기 설계 등 대안을 검토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보수당 측은 “어리석은 규제는 없애야 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빈곤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식 에어컨 문화에 거부감 보이는 유럽
다만 유럽 각국이 에어컨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은 에너지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격화하기 전까지 여름에도 심하게는 덥지 않았던 유럽은 전통적으로 미국식 에어컨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왔다.
실제로 프랑스 현지 언론은 ‘실내 온도가 외부 온도보다 섭씨 8도 이하 낮을 경우 ’열충격‘을 유발해 메스꺼움과 의식상실, 호흡정지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외부 온도가 섭씨 38도일 경우 실내 온도는 30도 이하로 낮추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한편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올해 3월은 유럽 역사상 가장 더운 3월이었다. 유럽의 폭염 관련 사망자는 연간 4만4천명 수준이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랜싯 퍼블릭 헬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세기 말에는 현재의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