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늘리라는데 누가 책임지나”…은행권 KPI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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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최고책임자’ 도입 검토…중·저신용자 지원 확대 추진
은행권 “연체율·자본비율 관리와 상충”…건전성 KPI 충돌 우려
“포용금융 기준부터 모호”…평가체계·인센티브 설계 선행 필요
AI 신용평가 확대도 과제…데이터·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 우려

  • 등록 2026-05-25 오후 6:00:00

    수정 2026-05-25 오후 6: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도입 구상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체율과 자본비율 중심의 기존 건전성 관리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포용금융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건전성 관리라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분야 10대 핵심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별 포용금융 최고책임자와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사가 단순히 우량차주 중심 영업에 머물지 않고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재기금융 대상자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가장 쉽고 편하고 안전한 쪽으로만 가다 보니 금융의 문턱은 높고 금융의 경계는 좁아졌다”며 “초우량 차주만 상대하고 중금리 차주들은 밖으로 밀려나면서 금리단층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금융 구조를 제도권 금융·정책서민금융·재기금융으로 나눈 ‘3층 구조론’을 제시하며 “1층인 제도권 금융이 역할을 못 하니 정책서민금융으로 수요가 몰리고, 결국 사각지대는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권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실행 방안이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을 포용금융으로 볼 것인가’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의미하는지, 정책서민금융 연계나 재기지원까지 포함하는지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를 만든다고 하면 결국 KPI가 따라와야 하는데 어떤 항목을 평가할지 불분명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직접 평가하면 기존 건전성 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은 최근 건전성 관리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가계·기업 부실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자본비율 관리와 충당금 적립을 지속 주문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량차주 중심 영업 유인이 커진 상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경영평가는 연체율·고정이하여신(NPL)·대손충당금·자본비율 중심인데 포용금융 목표가 추가되면 상반된 지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며 “연체율은 낮추라고 하면서 위험차주 대출은 늘리라고 하면 현장에서는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 최고책임자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조직 신설보다 평가 체계와 인센티브 설계가 우선이라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연체율과 자본비율, RWA 관리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며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려면 정책금융 연계, 자본규제 인센티브, 위험분담 장치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체계 개편도 과제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기존 연체이력 중심 신용평가 체계를 비판하며 AI 기반 대안신용평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하반기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델을 7개 시범은행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데이터 확보와 AI 인프라 구축 부담을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를 고도화하려면 비금융 데이터 확보와 모델 검증 체계 구축이 필요한데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민간 금융회사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당국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결국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도입의 성패가 조직 신설보다 ‘책임 구조’ 정립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기존 CRO가 건전성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포용금융 책임자가 중·저신용자 확대를 맡게 되면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연체율을 관리하는 조직과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조직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가 된다”며 “누가 최종 평가와 책임을 질지 정리되지 않으면 선언적 조직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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