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북 정읍시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박순덕 씨(90)는 15일 칠보면 칠보행복이음센터를 찾아 학생 29명에게 장학금 1250만 원을 전달했다. 박 씨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장학금을 건네며 “공부도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을 전했다.
칠보면 수청리가 고향인 박 씨는 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어 배움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6남매 중 셋째였던 그는 아버지 대신 생계를 꾸린 어머니와 오빠를 도우며 어린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다.
19세에 고향을 떠난 박 씨는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폐지와 깡통, 헌 옷 등을 주워 모으며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고향 후배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폐지 등을 팔아 모은 돈과 정부 지원금을 차곡차곡 모은 박 씨는 2021년 6월 칠보면에 3350만 원을 기부했다. 이듬해에는 1억500만 원을 내놓았고, 이후에도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올해까지 6년 동안 총 2억4350만 원을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칠보면에 주소를 둔 초중고 학생 19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돼 학업을 이어가는 데 쓰였다. 또 칠보면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에도 사용됐다.
올해도 몸이 불편한 가운데 거리로 나가 폐지와 깡통, 헌 옷 등을 모아 장학금을 마련한 박 씨에게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 쉬시라”는 만류가 이어졌지만, 후배들을 돕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한다.박 씨는 “고향 학생들을 직접 만나 장학증서를 전달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 이루지 못했던 만큼 학생들이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안용운 정읍시 칠보면장은 “매년 잊지 않고 고향 후배들을 위해 큰 나눔을 실천해 주시는 박 여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여사님의 소중한 뜻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돼 지역사회를 이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정읍=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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