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사업장에 장비 갖다놓고 "정상 운영중"…보조금 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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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국가창업시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국가창업시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공인 제조공정의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사업에서 일부 공급기업이 개입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폐업 사업장에 장비를 설치하고 정상 운영 중인 것처럼 꾸미거나, 장비·소프트웨어(SW) 가격을 부풀린 뒤 차액을 ‘페이백’ 형태로 돌려주는 방식 등이 동원됐다. 정부는 수사의뢰와 함께 보조금 환수에 나서고, 사업 전반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소공인 스마트제조지원 사업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고강도 제재 및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2020년 도입된 이후 소공인 제조 현장에 스마트 장비와 SW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돼 왔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상용 SW 임차 비용, 스마트 장비 임차료 등을 지원하며, 총 사업비의 최대 70%를 국비로 보조하는 구조다.

중기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한 지원 실태 점검 결과, 2024년 지원 기업 1887개사 중 약 6%인 112개사에서 부정수급 정황이 확인됐다.

적발 사례를 보면 일부 공급기업은 소공인의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계획 수립, 계약 체결, 정산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대행하면서 장비와 SW 가격을 부풀렸다. 이후 차액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했다.

소공인과 공모해 사업 구조 자체를 왜곡한 사례도 확인됐다. 장비를 실제로는 구매했음에도 임차 계약으로 위장해 보조금을 수령하거나, 사업 선정 이전에 장비를 미리 구입한 뒤 사후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지원금을 신청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업 운영을 허위로 보고한 사례도 있었다. 장비나 SW가 정상 가동되는 것처럼 전담기관에 데이터를 조작해 전송하거나, 이미 폐업한 사업장에 장비를 설치해 사업이 정상 진행 중인 것처럼 꾸민 사례도 적발됐다.

중기부는 관련 공급기업에 대해 형법상 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과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부정수급액에 대해서는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해 환수하고, 규정 위반 기업은 최대 5년간 중기부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부정행위 사실을 전 부처에 공유해 제재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우선 공급기업에 대한 진입 기준을 강화해 기술력과 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만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역량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공급기업 풀(pool)을 구축한다. 참여 이력과 성과를 반영해 우수 기업과 제재 이력 기업을 구분, 시장 내 평판 기능이 작동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소공인 참여 요건도 강화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여력과 경영 안정성을 갖춘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최근 3년 평균 연매출 2억원 이상으로 상향한다. 자부담 비율도 기존 30%에서 40%로 높인다.

평가 방식 역시 기존 서류 중심에서 현장 검증 중심으로 전환된다. 사업 신청 기업은 공정 현장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제출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인터뷰와 발표를 진행해 사업 수행 의지와 실행 가능성을 종합 평가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개편된 기준을 반영해 오는 30일 신규 사업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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