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폐는 통증 둔감, 조기발견 힘들어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가 기본
표적치료 후 재발 위험 73% 감소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암이다. 발병률과 치명률 모두 높고 조기 진단은 어려우며 재발률도 높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는 비흡연 폐암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흡연 폐암(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여성이 많이 걸린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폐암과 비흡연 폐암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특징과 최신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폐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 질환으로 발병률과 치명률이 모두 높다. 폐는 통증에 둔감한 장기이기 때문에 암이 발생해도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을 알아채기 어렵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고 진단 시점에는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또 폐암은 재발률도 높은 편이라 치료 성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로 폐암은 가장 치명적인 암에 속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리는 이유는.
“흡연은 폐암의 대표적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비흡연 폐암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비흡연자 폐암이 증가세다. 폐암에서 비흡연자 비율은 30∼40% 정도다. 특히 국내 여성 폐암 환자 약 88%가 비흡연자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간접흡연도 하지 않았는데 암에 걸렸다며 억울해한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EGFR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EGFR 변이는 동아시아 여성 비흡연자에게 40∼50%의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EGFR 비소세포폐암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폐암이다. 이 변이는 표적 항암제 반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폐암 진단과 치료 전략에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작용한다. EGFR 변이에 대한 인식은 아시아 비흡연 여성에게 약효가 유독 잘 나타난다는 임상 관찰에서 출발했다. 특정 TKI(티로신 키나제 억제제) 표적 치료제가 아시아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였고 후속 분석을 통해 이들 환자군에서 EGFR 돌연변이 빈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는 비흡연 여성 환자에게 EGFR 변이가 흔하게 발견된다는 초기 관찰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EGFR 변이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폐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나 보호자 모두 EGFR 변이 여부를 먼저 묻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방법은.
“비소세포폐암은 병기(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다르다. 1기와 2기 초기 폐암에서는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며 완치를 목표로 한다. 3기로 진행되면 암이 림프절이나 주변 조직까지 퍼져 수술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고려하게 된다. 4기 이상의 진행성 폐암에서는 전신 약물치료가 표준 치료가 된다. 특히 EGFR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병기와 관계없이 표적 항암제 치료가 중요한 옵션이다. 국내에서 폐암을 진단받으면 EGFR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하며 변이가 확인되면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4기 환자에게는 오시머티닙이라는 표적치료제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1∼3기 조기 병기 환자에게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 선택에 제약이 있다.”
―폐암은 자주 재발한다.
“폐암은 유독 조기 단계에서도 재발률이 높은 암이다. 1기 환자 20∼30%, 2기 환자 40∼50%, 3기 환자 약 70%가 재발을 경험한다. 특히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기존 항암 치료로 재발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려웠다. 수술로 완치를 기대했던 환자들이 재발 소식을 접하며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EGFR 표적 치료제(오시머티닙)가 등장한 이후 재발 예방 가능성이 커졌다. 재발 위험을 73% 감소시키고 사망 위험을 51%로 떨어뜨렸다.”
“암 예방을 위한 건강 수칙은 일반적인 건강 수칙과 거의 동일하다. 폐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너무나 큰 요인이다. 과거에는 ‘최근 스트레스를 받아서 암이 생겼다’는 환자 말을 쉽게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는 암의 발생과 진행,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마음가짐으로는 부족하다. 본인이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체계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 세 번째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균형 잡힌 식사다. 평범해 보이지만 세 가지가 결국 핵심이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 인자로 금연도 매우 중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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