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달려간 삼성 사장단 "조건 없이 대화"…노조 "先파업 後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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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DS 사장단이 15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측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DS 사장단이 15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측과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전례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엿새 앞두고 반도체(DS) 사장단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접 노조 측을 찾아가 대화 재개를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 주주들의 법적 대응, 사내 여론 악화까지 겹치며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강대강 대치 지속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15일 평택캠퍼스 내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등 노조 측에 거듭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사장단이 직접 노조 사무실을 찾은 것은 경영진이 정면 돌파를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 등 사장단 18명은 사무실 방문에 앞서 사과문도 발표했다. 사장단은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로 여기고 조건 없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장관도 이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노조 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최 위원장과 면담했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한 긴급 중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파업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최 위원장은 전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며 성과급 투명화 및 상한 폐지 제도화 안건이 전제돼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교섭은 파업이 끝나는 6월 7일 이후에 언제든 하면 된다”고 했다. 성과급 제도화 없이는 18일간의 총파업 철회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갈등의 골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익명 소통방을 통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 회의 당시의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 측은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을 200조원 미만으로 언급한 점을 겨냥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00조원인데, 반도체를 전혀 모르는 인사가 실적 규모를 놓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靑, 긴급조정은 ‘신중’


평택 달려간 삼성 사장단 "조건 없이 대화"…노조 "先파업 後교섭"

노노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부문 조합원은 DS부문 중심 최대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주주들의 압박도 더해졌다.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 요구가 상법상 ‘자본 충실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며 경영진, 노조 등을 상대로 배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검토 중이다. 사내 분위기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삼성전자 블라인드에는 “회사 분위기가 마치 망한 것 같다”는 등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

청와대는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엄청나게 크다”며 “절대로 파업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업 강행 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낼지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언급한 “파업 시 긴급조정권 발동 불가피” 발언과 관련해선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발언이며, 산업부 장관으로서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은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21년간 사용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반도체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되면 직간접적으로 100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김채연/곽용희/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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