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말처럼, 프로 골퍼들에게 퍼팅은 수입과 바로 직결되는 부분이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 초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조언을 듣고 말렛 퍼터로 바꾼 뒤 우승과 상금을 무섭게 쓸어 담았다.
물론 말렛형 퍼터가 모두에게 정답일 순 없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과거 일자형 블레이드 퍼터에서 말렛으로 교체했다가 다시 블레이드를 선택하는 등 여러 차례 변화를 줬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김주형도 블레이드와 말렛을 오가면서 최적의 퍼터를 찾아가고 있다. 이처럼 퍼터는 드라이버만큼이나 예민한 클럽으로 꼽힌다. 각 용품사가 매년 퍼터 신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셰플러 천하 연 말렛형 퍼터
셰플러 시대를 이끈 퍼터는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 투어 X다. 매킬로이의 퍼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6월 정식 출시된 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말렛 디자인의 안정감과 블레이드의 날카로움을 동시에 갖춘 게 특징이다. 헤드 앞쪽에는 무거운 텅스텐을, 뒤쪽에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 배치의 조화를 이뤘다.
타이틀리스트의 퍼터 브랜드 스카티 카메론도 말렛형 퍼터로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초 스카티 카메론의 말렛 퍼터 ‘팬텀’ 라인업에 신제품 ‘팬텀 5.2’와 ‘팬텀 7.2’를 출시했다. 전 세계 투어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플러밍 넥 디자인을 기존 팬텀 5와 팬텀 7 모델에 적용했고, 왼손용 퍼터도 라인업에 추가했다.
◇제로 토크가 뭐길래 … 상반기 열풍
올해 골프계는 ‘제로 토크 퍼터’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유해란은 한 행사에서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우승 비결로 제로 토크 퍼터로 변화를 꼽았다. 앞서 김아림과 김효주도 제로 토크 퍼터로 바꾼 뒤 LPGA투어에서 승수를 쌓았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LPGA투어에서 제로 토크 퍼터로 우승하는 선수들이 늘어나자, 국내에서도 비슷한 퍼터를 찾는 선수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토크는 샤프트의 축 주위에서 퍼터 헤드를 회전시키는 힘을 말한다. 제로 토크 퍼터는 호젤(헤드와 샤프트의 연결 부분)이 무게중심을 직접 관통하도록 설계돼 퍼팅할 때 헤드가 열리고 닫히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유해란의 우승을 이끈 제로 토크 퍼터는 테일러메이드의 ‘스파이더 ZT’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이다. 김효주는 랩(LAB)골프의 퍼터 메즈(Mezz)1, 김아림은 버전이 다른 랩골프의 퍼터 메즈1을 사용했다.
제로 토크 퍼터 열풍에 캘러웨이가 올해 초 오디세이의 새 라인업인 Ai-원(ONE) S2S 퍼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헤드 중심부에 샤프트를 배치해 백 스트로크부터 임팩트까지 헤드 회전을 억제하고, 일직선의 퍼팅을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오디세이의 클래식 버사(Versa) 정렬을 갖추고 있는 말렛형 제일버드 모델과 블레이드 형 더블 와이드 등 총 7가지 모델로 공개했다.
PXG의 공식 수입원인 카네도 제로 토크 퍼터 경쟁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올해 초 앨런(Allan) 퍼터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엔 뱃어택(Bat Attack) ZT를 출시해 골퍼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지난 9일 출시한 뱃어택은 온라인 1차 물량이 하루 만에 완판되고, 오프라인에서도 대기 예약이 줄을 잇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