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르테미스 2호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까지 여행한 기록을 세운 이번 달, 중국 우주산업은 ‘조용한 실패’를 추가하고 있었다. ‘중국판 팰컨9’을 목표로 한 재사용 로켓 톈룽 3호 얘기다.
이 로켓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가 장악한 저궤도 위성 시장을 재편하겠다며 첫 비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한 번의 발사로 36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려던 중국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전기차에 이어 ‘우주 굴기’까지 노리던 중국의 야심은 팰컨9의 성공 횟수와 비교되면서 머쓱해졌다.
우주 굴기 지연에도 태연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실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초만 해도 위성 6개를 실은 갤럭틱에너지의 세레스 2호가 첫 비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말엔 랜드스페이스의 주췌 3호가 추진체 회수에 실패했다.
공개된 데이터만 따져봐도 최근 10년간 굵직한 실패 사례는 10여 건에 이른다. 군사 보안으로 분류된 비공개 사례까지 합치면 실패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패배주의가 만연할 만한데도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체념이나 냉소보다는 “또 하나의 데이터가 쌓였다”는 묘한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실패를 애써 외면하려는 정신 승리와는 또 다른 결이다.
실패 이후 태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스페이스파이오니어는 현지 언론에 “다음 발사의 완전한 성공을 위한 100여 건의 기술 개선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했다. 여기서 언급한 100여 건의 기술 개선 데이터는 결국 실패 사례다.
정부와 업계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임자 한두 명쯤은 교체하거나 징계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이런 사례가 혁신의 재료”라고 힘을 실어준다. 이면에는 실패를 자산으로 치환하는 중국 특유의 독특한 계산법이 자리하고 있다.
'실패=데이터' 혁신 공식
실패 관용의 구조는 우주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칭화대에서 만난 인공지능(AI) 칩 개발자는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성과 없이 끝나도 펀딩(자금 조달)이 끊기지 않는다”고 했다. “실패한 프로젝트조차 다음 혁신을 위한 레퍼런스로 존중받는다”는 설명이다. 실패 사례가 ‘돈 되는’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한 AI 스마트 글라스 대표는 “기업설명회에서 실패 사례를 분석한 자료가 엔지니어링 역량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고 말했다.
레드테크의 질주를 중국의 속도와 규모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기저엔 실패를 처리하는 중국만의 방식이 있다. 더 많이, 더 빨리 실패해야 유리하다는 국가 주도형 대량 실패 전략이다. 실패가 임계점까지 축적되면 결국 퀀텀 점프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이런 믿음은 전 산업군으로 뻗어 있다. 수백 개 모델을 동시에 실험하며 미국을 추격한 AI, 수만 개 스타트업이 도태되는 과정에서 나온 ‘인간보다 빠른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톱다운 방식의 정부 주도 지원책, 10년 이상 호흡으로 투자하는 국유 자본, 거대한 시장 규모가 뒷받침된 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 투자와 자원 낭비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실패를 매몰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투자로 여기는 중국의 계산법이 ‘딥시크 쇼크’ 같은 예기치 못한 혁신을 낳은 건 아닐까.

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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