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이라는 물리적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이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전 의무 총감은 외로움을 감염병으로 정의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을 병들게 한다고 했다. 마약 중독자부터 심혈관 질환자까지 질병의 기저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뇌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은 동일한 부위에서 처리된다. 음식에 대한 욕구만큼 관계에 대한 욕구도 본능적이란 뜻이다. 집단생활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외로움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된다.
▷SNS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쉽게, 많이 연결을 경험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친구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외롭다고 느낀다. SNS에선 가장 보여주고 싶은 나를 순간 포착해 올리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는 쉽게 차단한다. 갈등 없는 피상적인 관계만 맺다 보니 정작 내적 감정을 공유할 사람은 없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른바 인공적 친밀감(Artificial Intimacy)도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심리상담사를 자처하고 친구나 연인을 대체한다. 인간 대신 기계와의 관계로 도피하지만 거절도, 상처도 없는 안전한 관계에서 오는 인공적 친밀감은 결코 외로움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인공적 친밀감’을 연구하는 셰리 터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 사진을 건네는 격”에 비유했다. 인간의 취약성을 이용해 감정을 조종하는 알고리즘은 진짜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해지면서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한국의 초대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됐다.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2021년 일본이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한 데 이어 우리도 범부처 대응을 선언했다. 전담 차관을 복지부에서 맡은 건 복지 자원을 동원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외로움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생계 지원 같은 복지 정책을 넘어선 공동체 복원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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