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임우선]AI가 만든 커피를 보며 걱정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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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뉴욕 특파원

임우선 뉴욕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 행사장에선 한 커피숍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콘셉트를 커피 제조에 적용한 부스였다. 주문용 태블릿의 제미나이 첫 화면에는 ‘당신이 행복한 장소는?’이란 질문이 떠 있었다. ‘야자수 섬’이라고 입력하자 2, 3초 만에 AI가 그린 야자수 섬 일러스트들이 나타났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터치하자 AI와 로봇이 협업해 만든 커피가 서빙됐다. 방금 전 선택한 그림은 정교한 ‘라테 아트’로 구현돼 있었는데 우유 거품 표면의 물리적 변화까지 분석해 그린 것이라고 했다.

방문객들과 함께 신기해하다 문득 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라테 아트에 진심인 단골 커피숍 직원 얼굴이었다. ‘얼마 뒤면 라테 아트도 AI가 하겠네. 이제 그 친구는, 아니 사람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지우는 AI가 만들 두 개의 세상

올해 AI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법같이 새롭고, 놀라운 AI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탄과 동시에 걱정과 경계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본격화된 ‘AI 에이전트’는 묻는 질문에 답하던 기존 AI와 달리 일일이 묻지 않아도 원하는 목표만 지시해 두면 알아서 일을 한다. 이용자가 클라우드에 데이터와 문서만 넣어두면 컴퓨터 전원을 꺼도 24시간 그 안을 돌며 정보를 훑고 일하기도 한다. 사람은 잠을 자야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잠도 안 잔다. 사람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르고 똑똑한데 심지어 불만도 없다. 그런데도 비용은 많아야 한 달에 30만 원이다. 이런 제품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리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고 기술, 자본, 기업을 가진 특정인들에게 부가 초집중되는 세상은 건강할 수 없다. 그 단면은 I/O가 열린 마운틴뷰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화려한 행사장 바로 옆 주차장에 집값을 감당 못 해 캠핑카에서 사는 이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높은 연봉의 기술기업 직원들이 집값을 올려 서민들이 살 곳이 사라진 동네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3년 데이터를 보면 AI의 등장 후 그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고급 주택 매매가는 평균 13.4% 상승한 반면에 중저가 주택 값은 오히려 3.8% 하락한 게 그 예다. 최근 오픈AI 직원 600여 명이 자사주를 팔아 현금화한 돈만 9조6000억 원에 달하니 세상이 더욱 철저한 ‘두 개의 세상’이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정보 독점과 침해… ‘가짜 세상’도 우려

AI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수품’이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인간이 스스로 AI에 엄청난 정보를 쥐여 주며 종국엔 경쟁 관계가 될지도 모를 대상을 자발적으로 훈련시켜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I에 일을 시키려 중요 기관의 기밀 문서나 개인의 민감한 의료 기록 같은 걸 줘도 될까. 빅테크나 이를 소유한 나라가 100% 윤리적으로 이를 관리할 것이란 건 어떻게 보장할까. ‘무한 활용’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와 싸우고 있는 앤스로픽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이번 I/O에서는 영상, 사진, 텍스트 등 원본 형태가 그 어떤 것이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바꿔 새로운 미디어로 만들어 내는 혁신적 기술도 소개됐다. 단 한 장의 사진을 이용해 수십 장의 진짜 같은 다른 장면을 만드는 것, 이를 영화 같은 동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했다. 분명 무척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세대는 진실과 거짓을 좀처럼 알 수 없는 혼돈의 세상에 살 것이란 점도 명확해 보였다.

뉴욕에 돌아와 다시 단골 커피숍에 갔다. AI에 비하면 투박하고 단순했지만 매번 공들여 다른 라테 아트를 만들려 애쓰는 직원을 보며 AI가 바꿔놓지 않는 것들이 남아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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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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