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
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
트레이드를 통해 '좌완 10승 투수'를 얻었다.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10승을 거둔 다음 날 사령탑은 그를 곧장 1군 엔트리에서 빼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사령탑이 직접 밝힌 이유는 휴식. 즉 배려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KT 위즈의 보배가 된 오원석(24)이다.
KT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2-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KT는 3연승을 마감, 40승 3무 36패를 기록했다. 리그 순위는 단독 5위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KT는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투수 오원석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대신, 포수 김민석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한 것이다.
아직 전반기 일정이 다 끝난 게 아니다. KT는 일단 6일 두산을 상대로 주말 3연전 중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KT는 헤이수스를 선발로 앞세워 위닝시리즈를 노린다. 두산 선발은 최승용. 이어 하루 휴식 후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SSG를 상대로 주중 3연전을 소화한다. 이 SSG와 3연전을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만약 오원석을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고 그냥 뒀다면, 5일 휴식 후 10일 경기에 선발 등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령탑은 무리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날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최소 12일 동안 푹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KT는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뒤 오는 17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홈 4연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오원석의 1군 엔트리 말소에 대해 "휴식을 주려고 뺐다. 어깨 쪽에 약간 집히는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 중간에 한 번 더 나갈 수도 있겠지만, 아예 그러지 말고 푹 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상대가 오원석의 친정팀 SSG라) 만약 나가게 된다면 또 힘을 주면서 던질 거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오원석을 영입하기 전까지 KT 구단 역사상 좌완 토종 선발 투수가 10승을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원석이 그 막혔던 혈을 뚫어준 것이다.
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
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
여기에는 이른바 재목을 잘 고르는,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한 이 감독의 공이 컸다.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것. 이 감독은 "우리는 좌완 토종 선발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차 미소를 지은 뒤 "제가 운이 되는가 보다. 시즌 초반 제구가 안 돼 볼을 많이 던지며 고전했지만, 끝까지 참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참고 기다리는 건 아니다. 오원석의 구위가 좋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결정도 가능했다"고 이야기했다.
오원석은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97구) 동안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수진초-매송중-야탑고를 졸업한 오원석은 지난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전신)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그리고 2020시즌 0승 1패를 기록한 오원석은 7승 6패(2021시즌), 6승 8패 2홀드(2022시즌), 8승 10패(2023시즌), 6승 9패(2024시즌)의 성적을 차례로 거뒀다.
매 시즌 잠재력이 터질 듯 말 듯,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가 생겼다.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 당시 KT가 투수 김민(26)을 SSG로 보내는 대신, 오원석을 받는 1:1 트레이드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 시즌 KT에서 만개했다. 전반기에만 10승. 단숨에 다승 공동 2위(NC 라일리와 함께 10승, 1위는 11승의 한화 폰세)로 등극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6위. 토종 선발 투수로는 평균자책점 1위다.
올 시즌 현재 오원석의 성적은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3패, 평균자책점은 2.78. 총 90⅔이닝 동안 73피안타(5피홈런) 39볼넷 78삼진 30실점(28자책)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24, 피안타율 0.226의 세부 성적과 함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9차례 해냈다.
이 감독은 "밸런스만 유지하면 구위가 나쁘지 않으니까 앞으로 계속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켜세운 뒤 "9승 투수와 10승 투수는 천지 차이다. 타자는 3할 타자와 2할 9푼 9리의 타자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10승을 해본 투수는 또 다르다. 무엇보다 아홉수를 잘 넘어갔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다. 9승에서 10승으로 빨리 넘어가지 못하면 겨우 10승이나 11승에서 끝나더라. 그런데 9승에서 10승을 빨리 거두면, 15승까지 빨리 갔다"면서 "(오)원석이도 빨리 넘어갔으니까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운도 따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
KT 위즈 투수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