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빅픽처…금리 내리려고 '매파' Fed 2인자에 앉혔다 [김인엽의 매크로 디코드]

14 hours ago 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지명자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지명자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뉴욕타임즈(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셸 보우먼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를 Fed 부의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우먼 이사는 Fed 내에서도 확실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됩니다. 지난해 9월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때도 이사회 내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말버릇처럼 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왜 매파인 보우먼 이사를 부의장으로 임명했을까요.

보우먼 이사를 부의장으로 지명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재정 상황을 살펴봐야합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 국채는 총 9조달러(약 1경3000조원) 규모입니다. 이 중 72.6%가 상반기가 만기입니다. 미 국채금리를 낮추면 약 6조5000억달러 규모 채권의 이자부담을 트럼프 행정부 기간 덜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미국채 금리가 미국 소비자들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 회사채 등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를 낮추면 소비를 부양하고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은행규제 담당 부의장에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미셸 보우먼 Fed 이사. Fed

미국 중앙은행(Fed) 은행규제 담당 부의장에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미셸 보우먼 Fed 이사. Fed

미 국채금리를 낮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Fed가 금리를 인하하는 것입니다. 미국채 금리는 정책 금리(Fed 기준금리)와 기간 프리미엄(초과 수익률)의 합으로 계산됩니다. 그러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기 트럼프 행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하지 않았고 지금도 외풍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10년물 국채 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통해 단기적으로 침체를 일으켜 국채금리를 떨어트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침체 조짐이 나타날 경우 Fed는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합니다. 이 경우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폭을 선반영해 국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Fed에 기준금리 인하를 강제할 수 없다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한 번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 경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하는 만큼 트럼프의 침체 유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미국이 국내외의 국채 매입을 유도해 국채 금리를 낮추는 대안이 거론됩니다. 국채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국채 가격과 역관계에 있는 금리는 내려갑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외국 정부에 미국 국채 매입을 강제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이 일본·독일의 통화가치를 강제로 절상한 '플라자 합의'에 빗대, 동맹국들이 미국채를 매입하게 하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체결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현재 백악관 경제자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미란 위원장(당시 허드슨베이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전략가)은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에 의존하는 만큼 그 댓가를 국채로 받아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최종 협상에 이르기까지는 관세전쟁 등을 통해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야하는데, 이것이 상반기 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른 아이디어는 미 국내 은행들이 국채 매입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겁니다. 미 은행들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더 강한 국채 매입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당시 SVB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었는데, 당시 금리가 급등하며 국채 가격이 하락, 자산가치가 떨어지며 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 규모 1000억~2500억달러 규모의 중소은행에 대한 국채 매입 규제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금융회사(G-SIB)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안을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이끈 이가 바로 마이클 바 전 Fed 부의장입니다.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PA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PA

보우먼 이사는 바 부의장과 정반대 입장입니다. 보우먼 이사는 SVB 사태 이후 은행 감독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바 부의장의 주장에 "SVB 사태로 영향받은 은행들의 독특한 특징과 사업 모델을 들여다봐야한다"라며 "은행 전반에 새롭고 지나친 규제 및 감독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G-SIB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자는 주장에도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통화정책에는 매파이지만 은행 규제에는 '비둘기파'인 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래 꾸준히 은행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통해 국채 금리를 낮추겠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6일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를 활용해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금융 규제를 변경하고 잘못된 감독 문화를 바로잡겠다고 했습니다. 보우먼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은행 규제를 완화하고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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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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