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 중 하나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전영오픈 결승에서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 이 대회 역대 최고의 경기 중 하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대1(13-21 21-18 21-18)로 제압했다. 이 대회에서 2023년에 처음 우승의 감격을 맛봤던 그는 2년 만에 다시 한 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게 됐다.
32강과 16강에서 각각 가오팡제(중국·15위),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33위)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던 안세영은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13위)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까지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한 안세영은 왕즈이를 꺾고 20연승을 이어갔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차례로 제패한 데 이어 전영오픈에서도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올해 국제대회 4개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는 배드민턴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역대급’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야마구치와 대회 4강전 2게임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안세영은 이날 이전보다 무뎌진 움직임으로 고전했다. 결승전이 1시간 35분간 진행된 가운데 안세영은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강점인 수비로 버텨냈다.
특히 안세영이 6-6에서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점수를 따낸 플레이는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꾼 안세영은 특유의 물샐틈없는 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이면서 18-1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42회가 이어진 랠리를 스매시로 마무리해 19-18로 역전한 안세영은 연속 득점으로 2게임을 가져왔다.
치열한 3게임에서 안세영이 체력과 집중력에서 앞서며 끝내 웃었다. 18-18로 팽팽했던 3게임 막판 체력이 떨어진 왕즈이가 3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안세영의 짜릿한 역전극이 완성됐다.
안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직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그 생각이 나를 계속 버티게 했고,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전영오픈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경기 후 “놀라운 매치다. 안세영이 다시 한번 최고의 모습으로 전영오픈 정상에 올랐다”면서 “뛰어난 왕즈이를 제압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치열했던 결승전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 경기는 전영오픈의 위대한 경기들 중에서 어느 정도 순위에 속합니까?”라며 팬들에게 물었다.
배드민턴 전문 매체 ‘배드민턴랭크스’도 SNS에 “이 경기는 전영오픈 오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팬들은 “안세영의 용기와 에너지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고통 속에서도 경기를 하는 투지가 놀랍다” “코트 위의 진정한 여제다” “이 경기를 본 사람은 누구도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며 안세영의 수준높은 경기력과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한편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회로,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1996년) 이후 27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상금도 크게 증가하여 우승자에게는 약 9만1000달러(1억1945만원)가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