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21세기 에너지 연금술 [박동휘의 테크지정학설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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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21세기 에너지 연금술[박동휘의 테크지정학설說]

트럼프의 21세기 에너지 연금술[박동휘의 테크지정학설說]

트럼프의 21세기 에너지 연금술[박동휘의 테크지정학설說]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k)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는 서로 약 6000㎞ 떨어져 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두 나라가 한데 엮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북극과 남미의 전혀 무관하던 두 나라가 한묶음으로 언급되고 있다. 새벽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대서양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는 미국의 그린란드 야욕을 통해서다. 어째서 이 두 사건이 며칠 상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핵심 키워드는 미국의 ‘에너지 독트린’이다. 에너지 등 지정학적 무기를 미국의 국익과 트럼프 일가의 사익에 부합하도록 수익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특한 전략이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발휘되고 있다는 얘기다.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의 투트랙 설계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장악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세계 최대 중질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을 정상화해 국제 유가를 장기적으로 눌러놓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다목적 포석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는 ‘마두로 체포’라는 결정적인 한 방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에너지 강국이지만, 석유라는 에너지 측면에선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줄곧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독일 등 중국의 거대 시장에 눈이 먼 ‘멍청한 유럽’의 선진국들이 중국에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이전하는 바람에 중국은 대안 에너지의 황제로 등극했다.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화석연료의 부활이다.

현재 중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과 믈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미국 해군이 사실상 통제하는 이 해상 수송로는 중국 에너지 안보의 최대 취약 지점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공급이 회복되면, 미국은 글로벌 원유 시장의 ‘조정자’로서 다시 한번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이 공들여 키운 베네수엘라·이란·러시아 에너지 블록을 미국이 내부에서부터 흔드는 셈이다.

게다가 값싼 화석연료는 미국 제조업과 물류, 그리고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낮추는 핵심 변수다. 이 지점에서 그린란드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혈안이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전력원이 필수다.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에 대해 빅테크의 수장 중 누구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력·지열·원전 기반의 청정 전력을 확보해, 빅테크 전용 ‘그린 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에너지 전략가는 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베네수엘라는 가격을 누르는 카드, 그린란드는 마진을 만드는 카드다.”

빅테크, 에너지를 ‘비용’에서 ‘이익 센터’로

이 전략의 핵심은 빅테크 기업의 지위 변화다. 지금까지 전력은 사야 할 비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구상에서 빅테크는 직접 발전·송전·저장을 통제하는 준(準)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이 있다.

첫째가 SMR(소형모듈원자로)이다. 극지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테라파워, 뉴스케일 파워 같은 기업의 기술은 이미 국가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HVDC(고압직류송전) 기술도 주목받을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생산한 전기를 북미와 유럽으로 보내는 해저 송전망 구축이 본격 검토되고 있다. 전력망이 곧 외교 수단이 되는 시대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 독일 지멘스, 미국 GE 버노바 등이 이 분야 최강자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스마트 그리드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화석연료, 북극권 재생에너지, 원자력을 실시간으로 최적 배분하는 지능형 전력망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20세기 패권의 핵심이 석유였다면, 21세기의 패권은 연산이다. 연산의 본질은 결국 전기다. 트럼프는 이 단순한 공식을 가장 먼저 체계화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미국 싱크탱크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외교가 아니라 전력망으로 패권을 설계하고 있다.”

지정학을 알아야 돈을 번다

지정학은 늘 위기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줬다. 패권 재편의 순간은 언제나 거대한 투자 기회를 동반했다. 트럼프의 ‘AI 에너지 요새’ 전략은 이미 자본 시장에 조용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팟캐스트 ‘올인’과 미국 싱크탱크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수혜 영역은 세 가지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는 전력 생산과 송전 기업이다. Constellation Energy(CEG)와 Vistra(VST)는 데이터센터 전용 원전을 이미 보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이들은 사실상 ‘연산 임대업자’가 된다. Eaton(ETN)은 전력망 현대화, 변압기, 데이터센터 전력 장비 분야의 핵심 기업이다. 그린란드 허브 구축 시 가장 먼저 필요한 장비를 공급할 기업으로 꼽힌다.

AI 제국은 자원 위에 세워진다. MP Materials(MP)는 북미 유일의 희토류 채굴 기업이다. 그린란드 희토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사실상 기술 파트너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우라늄(예: Cameco, CCJ)은 SMR 확산의 직접 수혜 자산이다. 구리는 HVDC 송전망 확장의 필수 원자재다. 전력망 투자가 늘어날수록 구조적 수요가 발생한다.

가장 논쟁적인 영역은 베네수엘라다. 제재 완화와 증산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극단적으로 할인된 베네수엘라 국채와 에너지 자산은 폭발적인 반등 여지를 갖는다. 한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는 “베네수엘라는 지정학 옵션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향후 반세기 동안 세계 AI 연산을 통제할 ‘보이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이제 지도를 펼칠 때 국경선부터 볼 필요는 없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전력망, 그리고 광섬유의 흐름이다. 에너지가 기술이고, 기술이 국경이며, 국경이 곧 자산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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