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달러 약세…원화 지난주 67원 등락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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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관세에 세계 외환시장 혼란
달러가치 2년만에 최저 수준에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머물러
中 위안화 흐름과 ‘커플링’ 현상…무디스 “韓 정치적 불확실성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유예, 변경을 거듭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전 세계 외환시장이 쉼없이 요동치고 있다. 그 사이 미국 달러 가치는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원화 가치는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무르며 크게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로 위안화와의 동조화 현상, 외국인들의 위험 회피 성향 등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동안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원-달러 환율은 1449.9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9일 1484.1원을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지만(원화 가치 하락), 트럼프 대통령이 13시간 뒤 중국 외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주간거래보다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야간거래(오전 2시 마감)에서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11일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1.0원까지 밀렸으며, 그 결과 지난주(4월 7∼11일)의 환율 변동 폭은 67.6원에 달했다. 서울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전 2시까지 연장된 지난해 7월 이후 환율이 가장 크게 출렁인 것이다.

이 같은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물러 있다. 4월 1∼11일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3.4원으로 지난해 4월(1369.3원)보다 100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반면 달러 가치는 약세로, 11일(현지 시간)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100.1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99.7까지 밀리며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밑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위안화의 흐름과 동조화되는 ‘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9일 중국 런민은행은 위안화-달러 환율을 전날보다 0.0028위안 올린(위안화 가치 0.04% 하락) 7.2066위안으로 고시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위안화 가치 절하’로 대응한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제품의 수출 단가가 낮아져, 중국이 받는 미국발(發) 관세 압박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와 무관한 흐름을 보였고, 중국 정책 방향에 따른 위안화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다”며 “관세 대응 카드로 중국이 위안화 절하 방식을 쓰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원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평균적으로 관세가 높아지면 한국 같은 경제 모델을 지닌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요인이 크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등 신흥국의 통화 비중을 줄이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의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도 원화 가치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치적 긴장 상태가 장기화되면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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