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로봇 두뇌 ‘피지컬 AI’ 개발 시작[톡톡 스타트업 뉴스]

1 day ago 6

리얼월드, 210억원 초기 투자 받으며 15일 공식 출범
한-일 제조기업과 투자사들 참여해 제조 DNA 이식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뒤이을 인공지능(AI)으로 피지컬 AI의 개발이 시대적 과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에서 로봇용 피지컬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스타트업 리얼월드(대표이사 류중희)는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제조업 데이터 기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세계적인 로봇용 피지컬 AI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얼월드 제공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자사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세계적인 로봇용 피지컬 AI 개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얼월드 제공
RFM은 로봇이 다양한 실제 환경에서 여러 작업을 사람처럼 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사전 훈련된 모델을 말한다. 제조나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물리적 현장에서 활용될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로봇에게 책상 위를 정리하라고 하면 로봇은 책상 위에 있어야 할 물건과 버려야 할 휴지를 구분하고, 몸체와 손을 제어해서 해당 물건을 집어서 올리는 동작 등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에 필요한 인식과 계획, 제어를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처리토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류중희 대표는 “언어 등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AI는 이제 실세계 데이터를 이해하고 물리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LLM과 달리, RFM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으며 제조 강국인 한일 기업이 가진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이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얼월드에는 세계적인 AI 및 로보틱스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류중희 대표는 직전까지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대표로 로봇과 AI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왔다. 자신이 창업한 이미지 인식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2012년 미국 인텔에 매각하기도 했다. 리얼월드는 그의 네 번째 창업이다.

최고과학책임자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 신진우 석좌교수가 맡았다. 신 교수는 최근 3년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학회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AI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이다. 또, 컬리 최고기술책임자 출신 류형규 최고제품담당자(CPO), BCG 매니징파트너 출신 이강욱 최고브랜드담당자(CBO), 업스테이지 AI프로덕트 리드였던 배재경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류중희 대표이사는 15일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우리의 로봇용 피지컬 AI를 바탕으로 자사의  제조 노하우를 담은 피지컬 AI를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리얼월드 제공

류중희 대표이사는 15일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우리의 로봇용 피지컬 AI를 바탕으로 자사의 제조 노하우를 담은 피지컬 AI를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리얼월드 제공
리얼월드는 21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는 SK텔레콤, LG전자, DRB동일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KDDI, ANA홀딩스, 미츠이 케미칼, 시마즈 제작소 등 일본 대기업들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벤처캐피털로는 해시드, 미래에셋벤처투자, 글로벌브레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리드 투자자로 나선 해시드 김서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리얼월드는 한국과 일본이 가진 제조업 강점을, 최고의 연구진들이 피지컬 AI로 구현할 최적의 팀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다”며 “블록체인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해시드는 앞으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빠르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월드가 가장 먼저 주목하는 영역은 사람의 ‘손재주’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대형 기계를 옮기는 작업은 자동화가 이루어졌지만,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작업은 여전히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다. 류 대표는 “손 하나의 자유도가 약 15도로, 상체 전체의 자유도보다 더 크다”며 “인간 지능의 대부분이 손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얼월드는 올해 말 데모 버전의 RFM을 선보이고,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이르면 5년 정도 후에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리얼월드는 자체 RFM이 탑재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국내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위로보틱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로보티즈 등 다양한 로봇 기업들과도 협력 중이다.

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제조 노하우와 데이터를 AI로 옮겨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RFM을 개발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힘들게 돈을 벌기 위해 하던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리얼월드는 올 연말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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