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공사 등 관련 서적 전수조사
381권 폐기 해사 수순 밟을듯
민주당 의원 “매카시즘 보는 것 같아”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육군은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포함한 주요 군 도서관에 “능력주의를 방해하는 DEI, 비판적 인종이론(CRT·Critical Race Theory) 관련 책을 전수 조사하라”고 9일 지시했다. 조사를 마친 후 관련 문서를 16일까지 제출하라고도 했다.
CRT는 미국 내 인종차별이 기득권 백인 몇몇의 개인적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비(非)백인에게 불공정한 여러 사회 제도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미 공군 또한 공군사관학교 내 DEI 관련 서적을 다음 달 30일까지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해군사관학교의 ‘니미츠 도서관’에서 “DEI 서적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해군사관학교는 이에 따라 총 381권을 폐기했다고 1일 공개했다.폐기된 책 중에는 인종차별 비판, 페미니즘 등을 강조해 온 미국의 유명 흑인 여성 작가 마이아 앤절루의 자서전 ‘나는 갇힌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안다’도 포함됐다. 이 외 미첼 영의 ‘백인 우월주의 그룹’, 린다 고든의 ‘KKK단의 재림: 1920년대의 큐클럭스클랜’ 등 인종차별을 다룬 책이 대거 포함됐다. 육군과 공군의 이번 조치는 헤그세스 장관의 최근 행보에 발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민주당의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도서 규제가 반공산주의를 외친 1950년대 ‘매카시즘’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미 해군 제독 및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사령관 또한 “도서 폐기는 자유로운 표현과 사고를 억압한다. 우리는 세뇌받은 사람이 아니라 교육받은 장교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DEI, CRT 등이 미국의 근간인 능력주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인종, 성, 경제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우대하면 실력으로 해당 자리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리다. 이는 DEI로 인해 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남성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 또한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군의 DEI를 근절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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