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커피, 코코아, 바나나, 소고기 등 핵심 농산물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를 대폭 면제했다. 고공행진하는 미국 식료품 물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관세 인하 조치를 발표하며 “미국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커피·소고기 외에도 토마토, 아보카도, 코코넛, 오렌지, 파인애플 등 다양한 농산물의 관세가 인하된다. 홍차·녹차와 시나몬·넛맥(육두구) 등 향신료도 감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그동안 “관세는 미국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며,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온 입장에서의 사실상 정책적 후퇴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소고기·커피·초콜릿 등 주요 품목의 유통 가격은 연쇄적으로 상승했다. 이미 수년 동안 지속된 높은 인플레이션과 겹치며 가계 부담이 빠르게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급등에 따른 역풍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9월 기준 미국 가정용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7% 상승했다. 정부 셧다운 여파로 최근 데이터는 지연되고 있지만, 식품 물가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이번 관세 완화는 이러한 소비자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소고기는 관세 인하의 가장 큰 수혜 품목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 1년간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 주요 공급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특히 브라질산 소고기에는 실효 관세율이 75%를 넘어서며 미국 내 수입량이 급감했다.
같은 시기 미국 내 사육두수는 약 75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뭄, 사료비 상승, 비료·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생산비 증가까지 겹쳐 농가의 소 사육두수를 다시 늘리는 것이 어려워졌다
BLS(미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9월 기준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2~18% 상승했다. 업계는 “관세 변동과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쿼터 확대 등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 투자 의지를 위축시키고 공급을 더욱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커피 가격도 올해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분쇄·로스트 커피 가격은 7월 기준 파운드당 8.4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전년 대비 33% 급증했다. 미국 커피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커피에 50% 관세가 적용되면서 로스팅과 소매 단계까지 비용 부담이 전가됐다. 베트남·콜롬비아 등 주요 수출국도 모두 트럼프의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커피를 단 한 톨도 생산하지 않아 관세 회피가 불가능한 구조다. 8월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1% 증가해 1990년대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커피 가격은 올해 2월 기록한 50년 만의 최고가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시장 내 공급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코코아 역시 관세와 공급난으로 극심한 가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일부 조정에도 불구하고 코코아 선물 가격은 팬데믹 이전 대비 두 배 이상인 톤당 5,3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는 3년 연속 기상 악화로 작황이 급감해 글로벌 공급이 크게 흔들렸다. 초콜릿 및 스낵 제조기업은 허쉬는 올해 관세 부담만 1억6000만~1억7000만 달러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업인 서카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핼러윈 시즌 소매 초콜릿 가격은 전년보다 약 30% 상승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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