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포드 CEO “加-멕시코 관세 부과땐, 美 車산업 전례 없는 타격 입힐 것”
월가도 “美 신뢰도에 악영향” 우려… 백악관 “일자리 위협 물리쳐” 반박
EU-日, 美 정부와 ‘면제 협상’ 나서
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
팔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
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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