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협상 불응땐 발전소 폭격”… 통행료는 하루만에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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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프라 공격 압박-해상 재봉쇄
NYT “전쟁 초 집중 폭격 연상시켜”
이란, 바레인 등 미군기지 공격 맞불
원유 밀수출 그림자 선단 모으기도
트럼프 “중동국 투자로 통행료 대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이란을 향해 “오늘 밤과 이번 주 매우 강력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다음 주에는 발전소와 교량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 4월 초 이란 수도 테헤란 일대의 ‘B1’ 교량을 파괴한 지 약 두 달 반 만에 핵심 산업 인프라인 발전소와 교량을 공개적으로 공습 대상으로 다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특히 발전소는 만성적인 경제난과 전력난을 겪어 온 이란의 취약점이어서 공격 실행 시 이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도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중부사령부는 15일에도 이란군의 해상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초기에 미군이 단행한 집중 폭격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15일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미사일 및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5일 성명에서 “미국의 봉쇄가 계속된다면 중동의 누구도 에너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양측의 군사적 대치가 고조되면서 지난달 17일 체결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美, 군함 동원해 해상 봉쇄 재개

14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가운데 중동 내 미군 함정들이 봉쇄 작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에 군함 20척과 군용기 수백 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미군 중부사령부 X

14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가운데 중동 내 미군 함정들이 봉쇄 작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에 군함 20척과 군용기 수백 대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미군 중부사령부 X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을 겨냥해 “우리는 그들을 아주 심하게 패고 있다. 그들은 두들겨 맞아야 한다”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으면 다음 주에는 발전소가, 그다음에는 교량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이란 중부 나탄즈 인근의 핵시설인 이른바 ‘곡괭이 산(Pickaxe Mountain)’에 대해서도 “모든 곳을 지켜보고 있다”며 집중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곳은 이란의 요새화된 지하 핵시설로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뒤 미군의 표적이 된 적이 없다. 그만큼 공격 범위를 확대하겠단 의도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과 이란에 대한 공습 범위 확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4일 X에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며 “중동 전역에서 미 해군 전함 20척 이상과 군용기 수백 대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모든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의 출입을 막아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이란산 원유의 수출 및 해상 물류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 또한 이란의 해운 거물이며 정권을 지원해 온 모하마드 호세인 샴하니와 연루된 이란 개인, 기관, 선박 등을 무더기로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따른 미국 내 여론 악화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까지 커지자 이란에 다시 초강경 압박을 펴기로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발전소를 실제 타격한다면 이란의 거센 반발로 협상 재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질 뿐 아니라 유가 급등세를 부추길 가능성도 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이를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 호르무즈 통행료 구상은 하루 만에 철회

14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미국을 규탄하고 항전 의지를 고취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민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총을 든 합성 사진을 들고 미국을 비판했다. 사진 출처 테헤란=AP 뉴시스

14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미국을 규탄하고 항전 의지를 고취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민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총을 든 합성 사진을 들고 미국을 비판했다. 사진 출처 테헤란=AP 뉴시스
다만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그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하루 만에 철회했다. 그는 14일 트루스소셜에 “중동 지도자들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대신 중동 주요국이 미국에 대규모 무역·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통행료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통행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이번 전쟁 내내 이어진, 현기증 날 정도로 급격한 미국 정책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CNN은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 재개에 대응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불법으로 원유 등을 판매하는 선박 집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활동하던 이란 관련 선박 23척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위치정보 발신장치를 끄고 제3국 국기를 단 채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가운데 10척이 원유 등 화물을 실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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