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하며 ‘소맥’ 한잔… K연극에 취한 아비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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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무대로 한 ‘하리보 김치’
공연에 사용했던 음식들도 제공
관객들 “韓연극에 더 흥미 느껴”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연극도 화제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아비뇽의 공연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등장한 한국 연극 ‘하리보 김치’를 관람한 현지 관객들이 공연 후 극 중에 등장하는 김치전, 오이냉국 등 한국 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출자 겸 주연 배우 구자하 작가는 관객들에게 ‘소맥’ 20여 잔도 직접 만들어 건넸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아비뇽의 공연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등장한 한국 연극 ‘하리보 김치’를 관람한 현지 관객들이 공연 후 극 중에 등장하는 김치전, 오이냉국 등 한국 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출자 겸 주연 배우 구자하 작가는 관객들에게 ‘소맥’ 20여 잔도 직접 만들어 건넸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여기도 ‘소맥’ 주세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미스트랄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연극 ‘하리보 김치’의 공연 현장. 공연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연출자 겸 주연 배우인 구자하 작가(43)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20여 잔을 만들어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객석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관객은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구 작가는 록스타가 공연장을 누비듯 객석 곳곳을 뛰어 다니며 소맥을 배달했다. 20대 관객 마르겟 잰 씨는 “한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소맥을 중세 시대 교황이 머물던 아비뇽에서 맛볼 줄 몰랐다”며 웃었다.

4∼25일 아비뇽에서 열리는 세계적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등장한 ‘하리보 김치’는 한국의 포장마차를 무대로 음식, 영상, 로봇 등을 동원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연극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올 3월 수상한 구 작가의 대표작인 ‘하마티아 3부작(롤링 앤드 롤링, 쿠쿠, 한국의 역사)’ 이후 나온 신작이다.

벨기에를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구 작가는 언어 장벽 때문에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한국 연극을 유럽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김치와 독일의 유명 젤리 브랜드 ‘하리보’를 합친 제목처럼 오랜 외국 생활에서 느낀 어려움과 한국 사회의 고독을 유쾌하게 버무려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공연 중간중간 등장했던 김치전, 오이냉국 등 한국 음식을 연극이 끝난 뒤 유럽 관객에게 제공했다. 프랑스의 연기 지망생인 레오 앙드레 씨는 “공연 내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퍼져 배가 고팠다”며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 음식을 주니 연극이 더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색한 이탈리아 연극 ‘사랑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가’도 상연됐다. 앞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동명 연극으로 각색했던 이탈리아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두 번째 작품이다. 14일 아비뇽 ‘카름’ 수도원 회랑의 500여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제주4·3사건의 비극과 두 여성의 우정을 다룬 공연을 약 90분간 숨죽여 지켜봤다. 데플로리안 감독은 한강이 세상의 폭력에 대항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작품을 연이어 각색하게 된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더 잘 알기 위해 주연 여배우 모니카 피세두와 제주도를 찾아 4·3평화공원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본 후 소설을 다시 읽자 이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피세두 배우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 현대사의 아픔과 한국 역사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권력을 쥔 인간들이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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