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넣은 편지를 보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고 격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WSJ은 장난스럽고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넣은 이 생일 축하 편지가 2003년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을 맞아 당시 그와 가깝게 지내던 영국 출신 사교계 여성 길레인 맥스웰이 주도해 만들어진 가죽 장정 앨범에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앨범에는 엡스타인의 가족·친지·친구 수십명이 보낸 생일 축하 편지들이 묶여 제본돼 있고, 대부분 음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WSJ은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는 굵은 마커를 쓴 손그림으로 보이는 나체 여성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타이핑된 글이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또 '도널드'라는 서명은 여성의 허리 밑에 중요 부위 체모처럼 보이게 적었다고 전했다. WJ은 "편지는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매일매일이 멋진 비밀로 가득하길 바란다'고 끝맺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이건 내가 아니다. 이건 가짜다. 가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라며 "나는 평생 편지에 그림을 그려넣은 적이 없다. 나는 여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내가 쓰는 언어가 아니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가 나갈 경우에는 WSJ에 소송을 걸 것이라고 격노하며 강력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고 한다.
엡스타인은 10대 여성 최소 36명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혐의로 2019년 7월 수감됐으나, 약 한달 만인 같은 해 8월 자신의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엡스타인과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엡스타인 파일)가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하며 지지층 결집을 유도했지만, 최근 법무부와 FBI는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그의 사망 원인도 자살이라고 재확인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