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트남 무역협상 타결
미국産 수입품에 무관세 선언
시장경제국 인정 발판 마련도
베트남, 트럼프 공식방문 요청
불확실성 해소에 시장은 반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1호 무역협상 타결국인 베트남에 상호관세 ‘26%포인트 인하’라는 선물을 안겼다. 베트남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0%’로 하기로 하면서 ‘시장 경제국’ 지위 인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협상을 타결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 경제국으로 조속히 인정하고 특정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트남 공식 방문을 정식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감사를 표했다.
이는 협상 대상국들에 미국의 요청을 수용하면 관세 인하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난항을 겪고 있는 일본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렇지 않으면 동맹국이라도 당초 제시된 상호관세보다 더 높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조속한 타결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시작부터 시작된 베트남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해 11월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주베트남 미국대사에게 항공기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농산물 등 미국산을 구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 도입과 트럼프 골프장 건설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베트남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가 당초 발표된 46%보다 훨씬 낮은 20%로 합의하기 위해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베트남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베트남은 미국에 그들의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며 “우리가 베트남에 무관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또는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으로 수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 공동성명 초안에는 베트남이 미국 보잉 항공기 50대를 80억달러(약 11조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과 미국산 농산물 29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미국 폴리티코는 전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의존도가 높은 나이키 주가는 4% 급등했다. 언더아머와 리바이스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2% 가까이 각각 상승했다. 데이비드 스워츠 모닝스타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이번 합의를 (베트남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위협적인 관세의 많은 부분이 철회될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베트남은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큰 짐은 덜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숙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통해 대중국 견제 의지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산에 대한 상호관세를 46%에서 20%로 낮추기로 했지만, 제3국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환적 상품에는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이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베트남에서 옮겨 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 관행을 노린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과 무역 합의에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교역국들과 무역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 합의에 근접한 인도 역시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이 최근 몇 주간 환적 거점인 베트남의 역할을 끝내라고 베트남 관리들을 압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중국의 대동남아시아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그중 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22.96%나 늘어났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베트남의 대미 수출품 중 3분의 1이 베트남을 통해 운송되는 중국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투신취안 대외경제무역대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연구원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을 명시적으로 타깃으로 하는 리스트가 합의되고 어떤 국가가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협력할 경우 중국은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상무부는 “관세 인하를 대가로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합의를 맺는 데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