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예산국 경고 나서
연준 베이지북 “경제활동 둔화”
미국 초당파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감세 법안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지적받은 국가 부채에 해당 법안이 기름을 붓기 때문이다.
CBO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이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를 약 2조4000억달러(약 3260조원)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인 소득세율 인하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 소득공제와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됐으나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을 트럼프 대통령은 강행하고 있다.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도 추가로 포함됐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2035년까지 10년간 세수는 3조7000억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식료품 지원, 청정에너지·전기차 보조금 감축으로는 1조3000억달러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는 관세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나 감세안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CBO 책임자인 필립 스와겔 국장은 “CBO 추산치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 운용 방식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이 정도로 관세를 인상한 적이 없으므로 그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CBO가 당파적이고 정치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CBO는 2017년 감세 효과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도 수입 증가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감세안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대로 상원에서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 공화당에서 4표가 이탈하면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국가부채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경제적 재앙을 막기 위해 (연방) 부채 한도는 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정적인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도 같은 견해를 개진했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이 일을 해내자”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탓으로 지난달 미국의 지역 경제활동이 소폭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12개 지역 중 절반에서 소폭으로 완만한 경제활동 감소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모든 지역이 높은 수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을 보고했다”면서 “이는 기업과 가계의 결정에 주저함과 신중한 접근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베이지북에서는 ‘관세’ 단어가 122번 등장했다. 지난 4월 107회에서 대폭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