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복관세로 미국산 수입 제한…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 돈 퍼부어
장비사 ‘나우라’ 매출 50%↑ 전망…화웨이-SMIC도 경쟁사들 위협
한국 기업, 中시장 설자리 좁아져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사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은 실적 발표 행사에서 올 1분기(1∼3월) 매출과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5.1%, 44.2% 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나우라는 식각, 증착, 세정 등 주요 공정 대부분을 다루는 종합 반도체 장비회사다.
나우라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 램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장비회사와 경쟁하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나우라는 매출액 기준 2023년 글로벌 8위로 처음 10대 장비사에 오르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는데 지난해에는 6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 내 나우라의 주요 경쟁사인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 이큅먼트 차이나(AMEC) 또한 자국 수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MEC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4.7% 늘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기존 미국 공급망을 대체하는 중국 반도체 및 장비 자립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자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제품 및 장비를 개발, 생산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달 31일 화웨이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은 1797억 위안(약 36조 원)이다. 삼성전자(35조200억 원)보다 1조 원가량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화웨이의 연간 R&D 규모는 2016년 이후 10년 연속 삼성전자를 앞질렀는데 매년 발생한 차액의 누적 액수만 32조 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또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또 다른 방식의 규제를 내놓으며 자국 기업들을 밀어주고 있다. 실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자국 기업들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칩을 쓰라”는 규정을 도입하며 엔비디아의 칩을 사용 자제 품목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한국 기업에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이 강점을 갖는 메모리 분야가 대표적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빠르게 추격하며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을 양산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0% 밑으로 떨어졌다. 장비업체들도 중국 매출에 큰 타격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명예 교수(초대원장)는 “상당 부분 중국이 기술력에서 따라잡아 갈수록 한국 반도체가 중국에서 설 자리도 좁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시장이 없어지는 상황까지도 고려해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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