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지난달 24일부터 2200여 곳의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적용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거래까지 위축되고 있다. 비아파트는 토허제 대상이 아님에도 토허제 해제 전과 비교해 50~80% 가량 거래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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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건물에 게시된 분양 안내문 |
15일 이데일리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3주간의 거래를 분석한 결과 강남3구와 용산구의 연립·다세대 주택 거래 건수는 65건으로 토허제 재시행 이전인 직전 3주간(3월 3일~21일) 거래 건수 265건 대비 75.5%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독·다가구 주택도 이 기간 34건에서 4건으로 88.2% 급감했다. 오피스텔은 157건에서 65건으로 58.6% 거래 건수가 감소했다.
아파트에만 토허제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강남3구와 용산구 일대의 비아파트 거래도 감소하는 추세다. 토허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경우 이 기간 거래 건수가 1253건에서 15건으로 98.8% 급감했다. 서초구와 용산구는 이날 기준 거래 실적이 0건으로 집계됐다.
토허제 재시행을 기점으로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 거래까지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거래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토허제 재지정 이후 서울 주택 거래 시장은 4월부터 숨을 고르는 모습이라 2~3월과 다르다”며 “전반적인 거래 위축 분위기가 오피스텔이나 연립·다세대 주택 등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토허제 재시행 외에도 미국 관세정책으로 인한 자산시장의 높은 변동폭도 주택시장의 구입 수요를 관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어 당분간 거래시장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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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철강, 시멘트, 기계부품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을 높여 공사비 급등, 분양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라 건설경기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원화 약세)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주택 거래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허제 재시행과 국내외 정세 불안에 따른 주택 시장 거래 위축은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 차기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 랩장은 “조기 대선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한 정부의 콘트럴타워가 경제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가 위축됐지만 집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아파트에선 간간히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이달 3일 거래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아파트 전용면적 208㎡규모는 85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3월 27일 거래가 82억원보다 무려 3억원 더 오른 것이다. 연초 대비로는 8억원 더 올랐다. 오피스텔의 경우 토허제 재시행 전보다 상승 거래된 곳도 있다. 송파구 올림픽타워 전용면적 34㎡ 규모 오피스텔은 3월 10일 2억 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4월 3일 3억 1700만원으로 상승 거래됐다. 동인트루빌오피스텔도 36㎡규모가 3월 10일 2억 2800만원에서 3월 28일 2억 400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