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SK온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이겨내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눈을 돌리고 있다.
1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체 공급량은 6.3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한다. 모두 1조원 규모로, 삼성SDI는 이 중 4374억원어치를 오는 11월까지 먼저 납품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ESS용 배터리는 안전·냉각 장치를 통합한 제품이다. 전력망에 연결하면 곧바로 쓸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삼성SDI의 주력 ESS용 배터리 제품은 NCA지만, 중국산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맞상대할 준비도 마쳤다. 이를 위해 울산 사업장에 상반기 ESS용 LFP 배터리 파일럿 생산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다. 올해 시범 생산을 통해 수율을 점검한 뒤 내년에 증설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10GWh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SDI는 미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ESS 사업실을 사장 직속으로 격상했다. 기존 ESS 연구개발(R&D) 조직과 ESS 영업 조직을 통합해 연구개발부터 상품 기획, 수주까지 ESS 관련 업무를 일원화했다. SK온은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에너지회사 IHI테라선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IHI테라선은 SK온의 배터리에 변압기와 소프트웨어 등을 더해 만든 완제품을 북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SK온은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용 NCM 배터리 공장의 유휴 설비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배터리 3사에 ESS가 단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