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에너지 패권 되찾겠다더니…"끝났다" 충격 경고

3 weeks ago 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부흥시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은 글로벌 원유 수요를 위축시켰고, 고율 관세로 생산비까지 급등하면서 시추·수압파쇄(프래킹)·장비 업체들이 줄줄이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셰일 업계 흔드는 트럼프 관세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셰일 업계에서 '10년간의 셰일 붐이 끝났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미국 원유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셰일 기업들이 시추 장비 가동을 멈추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5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지난 23일 기준 WTI 가격은 배럴당 61.53달러로, 연중 고점(1월 15일) 대비 23% 급락한 수준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셰일 기업이 생산비, 운영비, 이자 비용 등을 감당하려면 배럴당 최소 65달러의 유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유가는 이 손익분기점을 꾸준히 밑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공개적으로 낮은 유가를 요구한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달부터 감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인 데다, 최근에는 증산 속도를 당초 계획보다 더 빠르게 높이고 있다. 빌 파렌 프라이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 하락을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컨설팅업체 케이프트라이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약 6500달러(약 887만원)였던 중국산 시추 장비 부품 가격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의 영향으로 현재 1만5000달러(약 2048만원)를 넘어섰다. 특히 시추 장비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케이싱 가격은 올해 1분기에만 10% 상승했다.

시추 활동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내 시추 장치 수는 553개로 전주 대비 10개, 1년 전보다 26개 감소했다. 텍사스주의 시추 장비 가동 대수는 팬데믹 직후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셰일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석유·가스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부한 금액은 총 7500만달러(약 1024억원)에 달한다.

'긴축 모드' 돌입했지만"내년 전망도 암울"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불안과 수요 위축, 자재 가격 급등은 셰일 업계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리서치회사 에너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제외한 미국 상위 20개 셰일 업체는 올해 자본지출 예산을 약 18억달러(3%) 삭감했다. 셰브론은 내년 말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의 15~20%를 감원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석유업계는 사상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적자 우려로 많은 기업이 신규 유정 개발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까지도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창업한 미국 2위 프래킹 전문기업 리버티에너지는 라이트 장관이 행정부에 입각한 이후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는 관세 충격, 지정학적 긴장, 유가 불안정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라이트 장관은 "유가 등락은 시장 심리 일시적 반영일 뿐이며,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NYT는 "업계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외교 정책을 이번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P글로벌은 내년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팬데믹 정점이던 2020년을 제외하면 10년 만의 첫 감소다. 셰일 업체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전 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질 경우 하루 최대 30만 배럴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